오정희 ‘바람의넋’ 단편집
생각해보니 남의 마음속에 (몰래) 들어가 속마음을 훔쳐보는 거니 도둑의 심리가 당연하겠습니다 :)
엄마라 하면 좋은엄마/나쁜엄마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좋은엄마는 자식을 좋아하고, 자식을 싫어하면 나쁜엄마. 이렇게나 제가 단편적입니다. 입양한 아이의 얼굴에서 낯섦만을 발견하는 엄마도, 심지어는 독약에 손을 대는 약사 엄마도, 심지어는 ‘後來者三杯’를 은근 기다리는 엄마도, 결국 조바심과 안도감만이 교차하는 인간일 뿐인데 말이죠.
오정희단편집, <바람의넋>에서 ‘바람의넋’빼고 읽고..
…
그리고 곧바로 단편 ‘바람의 넋’마저 읽었습니다.
1. 섬이 싫다. 혼자 있는 모습이 참 외로워 보여
2. 뿌리는 식물에나 우리에게나 중요하다. 어서 자신만의 뿌리를 저 깊이 단단히 박아 대가리가 날라가더라도 ‘기약할 수 있음’을 원한다. 어쩌면 우린 임시 뿌리를 심어 연명에 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닻일 뿐인, 후두둑 뜯겨 나갈 담쟁이의 그것을 심은 채.
1-1. 썰물 때가 되자, 물이 걷혀 드러나는 진흙. 걸어갈 수 있는 길로, 하나의 큰 땅이 되어 드러난다.
3.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 검은 봉지를 씌워 내 어깨 꼭 잡고 따라오라 말한다. 겁을 내며 걸음을 떼지 못하자, “나 너 사랑해. 나 못 믿어? 너는 나 안 사랑해?” 나는 소리친다. 때문에 걸음이 자꾸 늦춰지자 짜증 낸다. 주로 집안 막내를 대상으로 삼는다.
1-2. 거기 진흙은 검고 축축하다. 그리고 고요해진다. 그래서 밟기 꺼려진다
고등학생 때 문학시험 지문으로만 보던 오정희 작가를 새롭게 만나볼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