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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it Jan 16. 2023

바람 구두를 신은 엄마(2)

오정희 ‘바람의넋’ 단편집

.

바람 구두를 신은 엄마,

바람 구두를 신은 부인

바람 구두를 신은 자녀는 용납 불가입니다.

시인에게나 어울리는 착장입니다.

(시인은 밀수한 커피콩과 코끼리상아 사이 병든 육신이 되어 실려 옵니다)


저희 중 한 명은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순환하는 속성마저 있다고 합니다.

저는 바람의 속성이 불현듯 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현듯 별것도 아닌 이유에서 비롯되어 시작만 되면 뚝.하고 그칠 수 없는 것, 그쳐야 비로소 끝나는 것 말이에요.


그 시인 경우만 봐도 다리 한쪽이 절단되고도 바람에 몸을 내던집니다.


바람을 맞닥뜨린 사람이 거슬려하기엔 그것의 힘이 충분하고, 펄럭이는 앞머릴 붙잡으려 난리법석을 떨어댑니다. 막상 보면 머리카락이나 떨어진 낙엽 따위나 날릴 수 있는데요. 남편이 대문을 잠궈닫자, 그녀가 불러일으킨/휩싸인 왜바람에 주변인들 모두가 방어적으로 옷섶을 싸매자, 그 바로 앞에 가냘피 주저앉은 ‘은수’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허리케인의 넋’이 아니라 ‘바람의 넋’인가 봅니다.


바람 구두가 초래한 것은 시인의 낭만만이 전부는 아닌듯 . 근본을 잃은 한 인간에게 찾아오는 불현듯 한 방황과 불안, 가녀린 햄스트링


23.1.13(금) 오정희 ‘바람의넋’ 독서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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