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쓸모 May 29. 2024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나요

취미는 나를 만들어가는 친구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넘어가는 관문 중 하나라면 자기소개서와 면접의 과정을 거친다. 자기소개서를 적을 때 꼭 빠지지 않는 항목 중 하나가 취미와 관련된 내용이다. 자기소개서를 적을 때마다 다른 내용은 모르겠지만 취미 항목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웹사이트에서 얻게 된 정보나 자료를 보고 그대로 옮겨서 붙여 넣기를 한 기억이 있다. 다른 내용에서는 안 느껴지던 불편한 마음이 이상하게도 취미와 관련된 내용은 볼 때마다 불편했다.


 나는 왜 불편했을까? 그때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 와서야 알게 된 것은 내가 나에 대해 몰랐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지도 않고 하지도 않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미를 가져다 적어놯으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력을 작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당시에 난 심지어 대학교 동기와 선후배들에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내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진 것도 웃긴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력서에 취미 항목이 왜 있고 직장에서 요구하는 이유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 오기 전에 지원자 스스로가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력서는 원하는 회사에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지만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살아가는 것은 평생의 과정이자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서른 즈음이 되어서야 알아가고 있다. 갈대밭을 걷는 것,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것, 혼자 카페 가서 앉아 있는 시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구입해서 읽는 것, 날씨 좋은 날 도시락 싸서 등산하는 것, 이런저런 생각들을 결과로 만들어내는 글쓰기 이 모두가 나에게는 좋아하는 것들이다. 좋아하는 것들은 다 이유가 있어서 또 좋아한다.


 때때로 다른 사람들은 ‘네가 이런 것을 좋아했어?’라고 의아해한다. 그만큼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에 대해 모른다. 남들이 몰라주는 나를 나 자신은 알아주고 돌보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나를 알아가고 만들어가는 좋은 친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사람은 다양하기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봐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