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정신없이 보냈는지 아침에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고 전화기부터 확인해 보니 2024년의 반이 훌쩍 지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전화기를 확인하는 이 습관은 아마도 평생 갈 것 같다. 무거운 눈과 몸을 일으키고 전화기를 열어서 매번 실행하는 어플과 알람을 보고 오늘은 어디로 갈지 먼저 물색한다. 지금 갈 곳 없는 잠깐의 백수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어플을 열어서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커피를 조금이라도 절약해서 마시려고 찾아보는 루틴은 아무것도 없는 날의 습관 중 하나다.
평소보다 아버지가 일찍 눈을 뜨셨다. 아버지는 자영업과 투잡을 하시고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일과 작업을 하고 항상 늦게 귀가하신다. 그래서 아침잠이 많으신데 오늘따라 그랬다. 어느 정도 전화기를 들여다보다가 나가야겠다 생각되면 나가는 편인데 마음이 불편해서 평소보다 더 일찍 준비했다. 마음이 그렇다는 것은 먹고살 수 있을 만한 자격증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직장생활과 비례하는 쉬고 있었던 시간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평일에 출근길이 아닌 늦게 눈을 뜨는 것도 어색하기도 하다. 어색함과 함께 묵묵히 아침을 맞이하면서 있으신 아버지를 보면서 부끄러우면서 죄책감이 컸기 때문이다.
어디로 갈지 물색하다 목적지를 정하고 준비하고 나갈 때도 차마 아버지께 인사 한 번 못하고 나왔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그나마 체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체면도 내세우기 그지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버스를 타고 몇 달 전 알게 된 도서관에 가려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고 나서려는데 전화 한 통이 왔다. 주말에 이력서를 넣은 직장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 전화가 온 것이다. 취업과 퇴사를 자주 경험한 나는 간절하거나 절실한 마음이 없어서인지 그동안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다. 사실 최근에도 절실함이 없다 보니 들어갔던 직장에서도 아니다 싶어서 금방 나온 상황이다. 그랬던 나의 상황과 마음에서 그 전화 한 통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게 가고 싶거나 정말 원하던 곳도 아니고 따놓은 당상도 아니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창가에 멍하게 앉으면서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감정이 올라왔지만 이게 나라는 인간이면서 어쩌겠어하며 또 나아가야지 다짐한다. 오늘따라 평소 잘 못 챙겼다가 가방에 넣어둔 수첩과 볼펜을 꺼내어 글을 쓴다. 쓰고 나니 아침부터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가 고프다. 뭐라도 먹어야겠다. 그래야 좀 살 것 같다. 집에 가서 계란 후라이에 비빔면을 해 먹어야겠다. 맛있게 먹고 남은 2024년의 반은 좀 더 잘 보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