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이들을 위한 글
나만 그런지 모르겠다. 사람이 부정적이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안정적이고 잘 되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어느 순간 눈치를 보게 된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며 뭐 하고 있냐고 물을 때 그 상황을 빠져나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질문에 그럴듯한 말로 얼렁뚱땅 넘어간다. 그리고 혼자 있는 것이 그렇게 편하지 않으면서 혼자 있기를 자처하고 다른 사람과의 시간을 애써 피하려고 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질문이 점점 불편해지는 이유는 점점 낮아져 가고 있는 자존감과 스스로를 지키려고 하는 보호본능이 강해서다.
한 때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과 걱정이 많았다. 공부와 거리가 멀었고 얼떨결에 대학교를 두 번이나 나왔고 늦게 시작한 만큼 각오를 해야 했다. 대학생활의 기간은 길고 나이는 먹다 보니 현실과 사회생활에 대해서는 감각이 없었다. 졸업을 하고 면허증을 취득하고 학위증을 받고 나서 직장에 들어가면 공부도 그만하고 과제에서 벗어나고 시험에서 벗어나 숨이 트일 것 같았다. 그러나 직장생활은 시작이었다.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돈을 번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고 들었어야 했던 것 같다. 조언을 들었어도 도망치고 피하고 부정하고 핑계만 나열했을 것 같지만 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쓸데없이 많은 생각이 독이었는지 여기저기 피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것들로 가득 찼다. 쓸데없는 생각은 정말 쓸데없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생각은 많고 시시때때로 모르는 게 마음이지만 결국 그냥 하고 보는 게 맞았다. 걸작이지 않아도 형편없는 글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많은 생각을 하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칭찬을 받았던 것 중 하나가 요약과 정리를 잘한다는 것이었다. 또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받을 정도로 책을 가까이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시작했던 것이 블로그였다. 어떤 의도나 많은 생각으로 했던 것은 아니었다. 분주했던 일상과 학과생활로 놓고 있었던 탓에 신경을 못 썼다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천 명 가까이나 되는 방문자수가 나의 글을 본다는 것에 신기했다. 처음부터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했던 어떤 것과 시도들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때도 있는 것 같다.
글을 쓰는 것도 누군가 내가 쓴 글을 보고 이 세상 가운데 기록되고 흔적을 남기는 것도 하나의 실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이 드는 것도 맞고 해보지도 않았는데 처음부터 잘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해봐야지 아는 것 같다. 해보기도 전에 많은 생각은 과한 욕심과 생각보다 쓸데없는 것들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생각과 감정 그리고 분위기를 녹아내리는 글을 써 내려가는 것 자체가 의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