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쓸모 Oct 12. 2024

지금도 친구로 간직할래요

한 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오묘하다.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고 싶었으면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이렇게 빨리 어른이 되어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린 시절은 어린 시절대로, 청년의 때는 패기와 젊음으로, 어른이 되어서는 경험과 연륜대로 때에 따라 주어지는 매력의 시절을 겪고 지나간다. 서른 즈음이 되어보니 이상하리만큼 어린 시절을 마치 예고 없는 드라마처럼 떠올린다. 중학생 시절 같이 야구공을 던지고 공을 차던 친구였고 같은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아도 성인이 되어서도 재회했지만 군 시절 이후로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친구가 있다. 얼마 전 그 친구와 함께 보낸 시절이 생각이 스치면서 이유 없이 한 번쯤은 마주치거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고 늘 지내던 동네이고 걷던 길을 걷는 중에 생각했던 그 친구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 눈길을 멈출 수가 없었고 눈을 씻고 쳐다봐도 며칠 전 떠올렸던 그 친구가 맞았다. 확신에 차올라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그 친구는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었고 결국 말을 걸지 못한 채 가던 길을 걸었다.


분명히 그 친구의 이름을 나는 기억했을뿐더러 중학생 때 얼굴 그대로였다. 평소보다 느린 발걸음을 걸으면서 말을 안 걸어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나를 기억이나 할까, 말을 걸었어도 나를 알아봤을까, 지금도 나를 친구라고 생각은 할까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휩쓸렸다. 이유 없이 문득 한 번은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친구가 눈앞에서 지나치는 우연을 맞이한 그 오묘함만이라도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마저 걸었다.


시간은 흘렀으며 흐르고 있다. 그 친구가 지금은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나의 존재를 잊었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친구라고 생각하고 간직하고 싶다. 여전히 이 동네에 살고 있구나, 자주 지나가는 길인데 또 언젠가 마주칠 수 있겠구나, 어쩌면 나를 봤을 수도 있었을 거야 하면서 더 천천히 걸었다. 평소보다 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러닝이 좋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