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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모 Oct 19. 2024

말더듬이 직장생활

학창시절과 직장생활에서의 공통점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말을 통해서 친구가 되고, 직장에서는 직장상사와 동료와 말을 통해서 보고하고 전달하며 함께 일을 한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전반적인 인생은 평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직업은 평범해서 다행인 걸지도 모른다. 직종과 직장생활은 여러 모양이지만 그 다양함 속에서 나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는 직업을 가진 직장인이다. 30대 초반이지만 20대 시절을 대부분 대학생으로 보냈고 서른 즈음이 되어서 직장인이 되었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어렵게 느낀 것은 말과 소통이었다. 애초 나는 말을 잘못하는 사람이라는 이유가 크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더 형편없었다. 선생님이 수업 시간 중간에 문제를 내고 출석부를 보기 시작할 때부터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긴장부터 했었고, 지목되어 자리에 일어서거나 앞에 나와서 발표할 때는 말더듬이 수준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보낼 때면 말을 너무 못해서 상대방에게 오해를 사거나 관계가 멀어지는 일도 겪기도 했다. 행동과도 관련되어 있긴 하지만 말도 잘못해서 친구들에게 절교를 당한 적도 있었다. 어른들 앞에서는 말 자체를 꺼내기도 어려웠고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나 힘겨웠다. 그때부터 나는 말보다는 생각과 공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고, 다른 사람과 일하지 않으면 말을 할 상황도 없을 혼자 일하는 직업을 꿈꾸기도 했다.


학교와 직장이라는 상황과 환경만 다를 뿐 여전히 말더듬이다. 말로 인해 실수가 잦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내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거론되는 것이 여간 피곤한 일이다. 나는 애초 사람 자체를 피곤하게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직장생활이 어렵게 느껴진다.


말을 잘못해서 글을 쓴다. 글은 잘 쓰느냐 못 쓰느냐를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만큼은 하늘을 나는 새를 바라보면서 하늘을 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면서 생각하는 그 순간의 감정을 느낀다. 말을 하는 재주는 타고나지 않았지만 공상하고 생각하는 재주는 타고나서 다행이다.


말더듬이의 직장생활은 아직 어렵게 느껴진다. 말더듬이라서 말주변도 없고 말을 많이 아낀다. 말을 할 때면 상대방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전달되지 않고 너무 장황하다. 말더듬이 직장인은 오늘도 버티고 버틴다. 잉글랜드 작가인 서머싯 몸도 “영혼을 위해 하루에 두 가지 정도는 싫은 일을 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말더듬이의 직장생활은 언제쯤 좀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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