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자고 일어났다. 오후 한 시간 지나고 있었다. 방에서는 엄마와 아빠가 점심을 드시는지 그릇에 수저가 닿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서는 반려견도 자고 있다 같이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잠들어선지 머리가 눌러 있었다. 간단하게 양치를 하고 모자를 쓸지 말지 고민하다 가방에 넣기만 하고 몇 달 전에 사놓고 방치해 두었던 책을 챙겨서 카페로 향했다.
커피를 주문하자마자 바로 나온 커피를 들고 창가에 앉아 챙겨 온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노르웨이의 숲을 꺼내서 읽었다. 토요일치고는 평소보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근처에 앉은 사람들의 큰 목소리와 험담하는 대화 주제에 정신이 사나웠다. 그리고 며칠 전에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은 면담을 했었다. 면담 주제는 구조조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불가피한 부서이동에 관한 내용이었다. 부서 안에서도 그렇고 다른 부서에도 의도치 않은 일들로(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면담까지 이어진 것이다. 면담을 하면서 이번 달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다. 이미 정해진 수순이거나 나의 최선과 과정과는 별개로 윗사람들의 결정에 좌우되는 것이라면 낙담하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지나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나로 인해서 긍정적인 결과보다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나의 행함으로 팀원과 다른 부서에도 피해가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어려웠다. 면담 이후로 매일마다 직장에 남아 업무를 파악하고 매번 반복되는 일이라도 되새기고 내일의 업무에 대해 미리 대비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소용없는 짓이거나 달라질 것 없을지라도 이렇게까지 해보고서야 후회는 덜 할 것 같았다.
노르웨이의 숲에서 주인공에게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주인공에게 자신의 여자친구를 소개해주었다. 이후 셋이서 자주 만났고 시간을 함께 보냈다. 주인공과 그 친구는 학생이었다. 어느 날 같이 오후 수업을 땡땡이를 치고 당구를 친 그날 밤 친구가 죽고 마는데 이후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했다.
”모든 걸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모든 것과 나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 그것뿐이었다. 심각해진다고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느꼈기 때문이다. “
나를 여유롭게 두지 못하고, 불안하게도 했으며, 쓸데없는 생각과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 겨우 면담 하나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라는 것이 새삼 웃겼다. 친구의 죽음 소식에도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했는데 겨우 그 면담 이후의 생활과 결정 나지도 않은 일들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의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게 만들었다. 당장 내일 죽는 것도 아니고 사망선고를 받은 것도 아닌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적절하게 거리를 두기 위해서 여유를 가지고 물이든 커피든 뭐든 마시면서 책을 읽어야겠다. 심각해진다고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