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죄송하다는 말이다. 오늘 하루는 거의 일주일 분량 정도를 했다. 다름 아닌 직장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죄송하다는 말을 언제 가장 많이 했을지 생각을 해봤는데 군대에 입대하고 훈련병 시절부터 일병을 달고 지낸 시절인데 그중에서도 이등병 시절에 가장 많이 했었다. 그때 당시에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면 안 됐었고 대신에 지금도 이해 안 되는 말인데 죄송합니다 대신에 주의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시절보다 직장인이 되고서 죄송합니다는 더 많이 하는 말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지내는데 대부분 직장에서의 일이다. 특히 오늘은 점심을 먹고 잠깐 쉬었다가 오후 업무를 보기 전 볼 일이 있어 가려고 하는데 선임 선생님이 무표정과 함께 반말로 나를 불렀다. 몇 안 되는 걸음을 옮겨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 소란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차근차근 물었고 그 일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대답했다. 그 소란스러운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책임을 졌어야 할 일이었고,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피해가 갔으며 내가 아닌 그 동료 선생님들이 책임을 지고 짐을 짊어졌다. 그것에 대해 화가 났었고 그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었다. 설명하고 대답할 때마다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죄송합니다로 대화가 끝이 났다.
마저 볼 일을 보러 간 다음 다른 동료 선생님들을 찾아갔다. 찾아가서 죄송하다고 사과드렸고 선생님들은 괜찮다며 알겠다고 했다. 그러고 다시 오후 업무를 볼 준비를 하며 앉아 있는데 그 잠깐 사이에 어제도 죄송하다고 했던 일이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지금도 다시 생각해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기도 하다. 어제 오전에 있었던 일로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같은 부서이지만 다른 업무이자 직종인 선생님이 갑자기 부르는 것이었다. 눈빛이 바뀌면서 이런저런 지적을 하고 느낀 생각들을 전하는데 죄송합니다로 대답할 뿐이었다.
죄송하다고 하면 다가 아닌데 죄송한 직원이 되어가고 있다.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는 중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육체적 피로감과 동시에 영혼 깊은 곳까지 어찌할 바를 몰라 헤매었다. 그래서 오후에는 몹시 피곤했고 일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쩌다 태어나 살면서 일을 잘하고 칭찬받으며 일이 즐거웠던 시절을 잠자코 생각해 봤다. 많이 거슬러 올라가 군대에서 일병을 달고 병장을 달기까지 아주 열심이고 즐겁게 일하며 무엇이든지 적극적이었다. 문득 그 시절을 상기하고 나서 앞으로 주어질 상황과 결과가 어떠할지라도 환경과 상황과 체력 모든 것이 다르지만 그 시절처럼 다시 일어나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죄송한 직원이지만 언제까지 죄송한 직원으로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은 기분 내키는 대로 먹거나 안 먹기도 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거나 산책을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추워졌다. 읽고 있던 <노르웨이의 숲>을 마저 읽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