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같이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유롭게 혼자 앉아 생각을 조금 하다가 집에 돌아가려고 생각하던 즈음에 그 학생이 먼저 찾아온 것이다. 언제 집에 돌아가냐고 물으면서 같이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수능을 치르기 전 고등학교 3학년 몇 학생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이후로 좀 더 편하고 가까워진 걸까라고 내심 그렇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선 다음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말고 좀 걷자고 하길래 걷기에 스산하고 좋은 날씨여서 좀 걷자고 했다. 식사를 하자니 서로 저녁은 먹었고, 카페에 앉자니 대부분 문 닫는 시간대였다.
얼마쯤 걸었을까 그 학생이 기프티콘으로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길래 포장해서 한 손에 각자 음료를 들고 주변 산책로를 같이 걸었다. 그 산책로를 오랜만에 걷는다고 하면서 여유를 느끼는 것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요즘 집에만 돌아오면 침대에서 잠만 자고 춥다면서 밖에 잘 나오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풍경도 보고 스산한 바람도 맞아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어린 동생에게 커피를 얻어먹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커피도 더 맛있었다. 소금빵도 포장했는데 내 손에 쥐어 주면서 가져가서 먹으라고도 했다. 소금빵 맛을 얼마 전 알게 되어서 맛있게 먹겠다고 고맙다고 했다. 각자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중간 지점에서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카페에 앉아 수레바퀴 아래서를 좀 읽다가 가만히 앉아 뜨거운 연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멍하니 앉아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향긋한 핸드크림을 손에 바르기도 했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이었다. 시험 기간이 다가왔는지 공책과 전자기기를 펼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시험 기간만 되면 저렴한 카페만 찾아 돌아다니면서 시험공부를 했던 대학 시절이 엊그제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멍하니 앉아 있으면서도 이따금 책을 읽기도 하면서 글을 좀 쓰기도 했다. 오래 신은 슬리퍼를 보면서 버릴지 고민도 하고, 휴대폰을 열어서 사고 싶은 물품도 보고, 몇 분 전에 들어갔던 SNS도 서슴잖게 들어가고, 드나드는 사라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앉아 있는 지금 카페는 커피 맛은 형편없지만 넓고 저렴했는데 주문하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알아채기도 했다. 카페 안에서의 음악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런지 캐럴송을 틀어주었다. 그러면서 토요일에는 서점에 들러 책을 좀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 구경이 지루해져 갈 때 챙겨 온 것들을 주워 담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