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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모 Dec 14. 2024

나는 내향인이로소이다

 출근을 해야하는 토요일 아침이다. 격주이긴 하지만 토요일에도 근무를 한다.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한다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시간 맞춰 버스를 타고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다. 그 번거로운 날이 오늘이었다. 직장으로 가는 길은 보통 40분 넘게 걸리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환승을 하지 않아도 되는 버스를 타고 가려고 시간을 계산하고 나갔다. 어제보다는 체감상 날씨가 따뜻하게 느껴져서 후드티에 외투만 걸쳤다. 그 버스를 타려고 마음먹고 나가는 날이면 매번 정류장에 도착할 즈음에 눈앞에서 그 버스를 놓치고 만다. 오늘도 그랬다. 하는 수 없이 환승을 해야 하는 버스를 타고 갔다.

 토요일 근무는 이렇다 할 일은 없다. 직장에 도착했을 때 선배 선생님이 그리 좋지 않은 표정으로 먼저 도착해서 업무를 준비하고 있었다. 직장에서는 동료 사이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아침부터 담당 과장님이 일을 벌일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제부터 오늘 출근하는 사람들끼리 햄버거를 시켜 먹을 계획이었는데 안 해도 될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보통 토요일에 근무하는 날이면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도 한다.

 선배 선생님은 다른 장소에서 업무를 보면서 아침 소식과는 반대로 다행히 이렇다 할 일은 안 해도 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업무를 다 보고 돌아와 배달을 시켜 먹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직장 내에 있는 편의점 음식을 먹자고 했다. 나는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안 먹겠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돌아와 라면을 끓이고 김밥을 데워서 먹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들으며 앉아 있었다.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선배 선생님과 후배 선생님이 같은 성별이고 공감대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고 듣고 있던 나로서는 신기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선배 선생님은 A라는 주제로 이야기나 조언을 해주면 후배 선생님은 그에 맞는 공감과 반응을 너무 잘하고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성향과 특징을 어떤 테스트와 결과로 정할 수는 없지만 외향인의 모습과 특징 중 하나가 이런 모습 중 하나일까 하면서 생각을 잠깐 했었다.


 별다른 일 없이 퇴근했다. 카페에 가서 책을 잠깐 읽을 생각이었다가 생각나고 챙겨야 할 주변의 한 사람이 생각나서 먼저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연락을 먼저하고 막상 같이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 너무 귀찮고 피로감이 느껴졌다. 퇴근할 때는 버스 정류장이 멀어서 보통 지하철을 타고 돌아간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사람과는 같은 동네이자 가까운 거리에 살아서 동네에 있는 삼계탕집에 가서 삼계탕을 먹었다. 다 먹고 근처에 카페도 많아서 커피도 마시러 갔다. 서로를 잘 알고 자주 만나는 사이기도 해서 그런지 별달리 할 이야기도 없었다. 피로했고 권태했으며 따분하기도 했다. 마음에서는 혼자 카페에 앉아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좀 하는 시간을 가질 걸 하는 생각을 되뇌었다.

 카페를 나서니 햇살은 밝았고 아침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입었던 옷들을 정리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피로감과 권태감이 확 몰려왔다. 외향인과 내향인에 대해 그다지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성격 테스트를 할 때마다 나오는 결과이기도 하면서 느껴지는 감정과 에너지로 말해주는 결과는 내향인이라는 것이다. 매일 직장에서 사람을 보고 일을 해야 하는데, 쉬어야 하는 날까지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에 대해 잠깐 생각하다 잠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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