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할 일이 없어 침대에 누워 보낸 시간이 많았다. 침대 옆에는 책장이 있는데 가만히 바라보면서 못 읽은 책들이 쌓여 있었다. 그 사이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전역할 때 들고 왔던 소중한 나의 병영 일기였다. 줄여서 소나기라고 불렀다. 소나기를 꺼내서 훈련병 시절부터 전역할 때까지 기록된 글과 일기를 보면서 정말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드는 다른 생각은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된 글들을 보면서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도 이 기록들은 평생 남는다는 것이었다.
기록이라는 것이 어제 기록하고 쓴 글이나 메모도 잘 꺼내보지는 않지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생각나고 떠오르는 것들이 있을 때 찾고 다시 회상할 수 있는 것이 기록이다. 기록하는 방식이 다양하고 여태 쓴 글들을 보면 어떤 형식이며 장르인지는 뭐라 꼽을 수는 없는데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기록할 뿐이다. 영국의 소설가 메이 싱클레어도 의식의 흐름에 대하여 “인간의 정신 속에 끊임없이 변하고 이어지는 주관적인 생각과 감각, 특히 주석 없이 설명해 나가는 문학적 기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손글씨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편안함에 익숙해졌는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그리고 노트북으로 기록하고 글을 쓰는 것이 더 편해졌다. 종이에 글을 쓰고 남기는 것에 대한 소중함이나 그 감각을 조금은 잃어가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지 좋은 글이나 떠오르는 심상들을 그 순간에 메모하고 기록하며 머리와 마음에서 떠오르는 것들을 주관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글을 쓰고 나면 정말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며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보면서 감탄의 감탄을 하기도 했다. 글이라는 것이 좋은 글이든 형편없는 글이든 생각과 마음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지지 않게 세상 밖으로 꺼내어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글을 쓰는 이유이자 매력이라고 생각을 한다.
누군가 왜 글을 쓰냐고 물어보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그럴 테지만 저렇게 답을 내놓을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내버려 두는 순간과 일 분 일 초에 때때로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 자유로움에서 벗어나면 악한 마음이 올라와 다양하고 많은 이들이 이 글을 봤으면 좋겠고 ‘좋아요’도 눌러줬으면 하는 생각과 마음도 은근히 들 때도 있다. 마음이라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마음이라는 건 우상을 만드는 공장이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이니 말이다. 내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잠깐이나마 의식의 흐름대로 자유로웠다.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