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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모 Dec 25. 2024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날은 직장에서 대부분을 보냈다. 바쁜 오전 업무를 보내는 중에 과장님이 다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하셨다. 연달아 잡힌 오전 업무를 마치고 겨우 예약한 식당에 시간 맞춰서 도착했다. 직장 근처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과장님들은 다들 손이 크셔서 식당에 가면 뭐든 주문해라고 한다. 탕수육이랑 칠리새우 같은 요리 음식들도 각 테이블마다 주문했다. 간짜장을 먹으려고 했는데 담당하고 있는 과장님이 2인분 되는 쟁반짜장을 먹고 싶다 해서 옆에 앉아 같이 쟁반짜장을 먹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칠리새우에 곁들여져 있는 불맛이 담긴 야채들이 맛있었다. 평소 먹는 양이 많은 편인데 편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은 상황일 때는 평소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적당히 소식을 한다.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자고 외식을 했는데 이 날 날씨도 따뜻하고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다른 한 과장님이 커피를 사시겠다고 카페를 들리자고 한다. 인원수가 많아서 거의 10만 원치 가까이 나오는데 그런 데는 전혀 개의치 않으시는 분들이다. 하나둘씩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니면 라떼를 주문하는데 유일하게 아샷추를 주문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세 사람만 주문받아서 들고 오기로 하고 이긴 사람은 먼저 돌아가자고 했는데 그 세 사람 중 한 명이 아니어서 내심 좋았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세 사람들이 도착해서 주문한 커피도 왔다. 아샷추 한 모금 마시고 오후 업무를 시작했다. 오후에도 쉴 틈이 없었다. 다음날이 크리스마스라서 아니면 쉬는 날이라서 그런지 직장 동료들은 다 함께 서로 도우며 즐겁게 일했다. 쉬는 날이 다가오거나 어떤 기념적인 날이 다가오는 것은 가끔 이래서 좋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기 전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퇴근하고 가깝게 지내는 지인분께 도움 요청할 것이 있어서 걸었는데 부탁에 승낙했다. 시간 맞춰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퇴근했다. 전화를 준 지인과 같이 저녁식사로 돼지국밥을 먹었다. 부탁을 들어준 고마운 마음에 식사를 대접하시겠다고 하신 것이다. 감사의 표현을 전달하고 식당에서 나와 부탁받은 일을 같이 해결하려고 돌아갔다.

 일을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니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갔다. 옷을 정리하고 잠깐 쉬면서 있다 보니 다음날이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다시 생각났다. 생각난 김에 영화 나 홀로 집에가 생각이 났다. 오랜만에 케빈이 떠오른 것이다. 침대에 누워 아이패드를 켜고 나 홀로 집에를 보기 시작했고 보면서 자정이 지나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영화 나 홀로 집에를 정말 많이 본 영화 중 하나인데 지금 와서 다시 보니 따뜻하고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았다. 영화가 끝나고 카페인 효과가 다 떨어졌는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맞이한 크리스마스 당일은 지난 몇 년 중에 가장 날씨가 따뜻한 크리스마스였다. 올여름이 워낙 더워서 이번 겨울이 굉장히 추울 거라 생각했는데 정반대로 유독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의 동네 길과 주변은 조용하고 한산했다.

 오전에는 정신없이 지나갔고 점심에 떡국을 먹었다. 한 살 더 먹는 기분이 들었다. 오후에는 지인들과 카페에 갔다. 사람이 여섯이나 되어서 이야기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웃고 떠들었던 오후였다. 실컷 이야기하고 남자들은 당구를 치러 가자고 한다. 당구를 좋아하지 않아서 괜히 가면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집에 와서 한껏 신경 쓰고 꾸민 옷과 머리와 그리고 화장을 정리하고 침대에 누웠다. 별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고 음악을 듣다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오늘의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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