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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모 Dec 31. 2024

2024년 12월 31일

 어제의 일이다. 어제는 퇴근하고 가벼운 소개팅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사무쳤다. 일을 마무리 짓고 하는 수 없이 약속한 장소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실은 만나기 전부터 연락도 시원찮기도 해서 가볍게 커피만 한 잔 하자고 했다. 디저트가 다양하고 맛있으며 굉장히 넓은 카페에 갔다. 그전에도 몇 번 가봤던 터라 알고는 있었던 카페였다. 음료와 커피 두 잔을 직접 결제하고 앉아서 몇 마디 나누다가 집에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1시간 정도 이야기 나누고 돌아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못 맞추고 1시간 정도 더 이야기 나누다가 자리를 정리했다.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주고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했다. 먼저 가는 것을 보고 다시 역으로 내려와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이후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살 것 같았다. 엄마가 배 안 고프냐고 물으시길래 배가 너무 고픈 것이었다. 라면을 끓여 주신다고 해서 두 봉지 끓여 먹고 밥까지 말아먹었다. 먹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웠다. 보통 누우면 유튜브를 바로 켜서 보는 편인데 누워서 잠깐 생각을 했다. 여러 번 생각했던 것이지만 세상에 사람을 정말 다양하고 알 수가 없거나 알아 가기에 시간이 굉장히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중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0감정에도 솔직한 행동을 하는 것이 예의나 성의보다 앞서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람은 본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친절하고 성의를 다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하다가 잠이 너무 몰려왔고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2024년의 마지막 날은 연차로 보내게 되었다. 요즘 사람도 너무 만나고 일도 너무 바빠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혼자 시간도 가지지도 못했던 터라 휴식이 반가웠다. 얼마 만인지 알람도 꺼놓고 오전에는 늦잠을 잤다. 전화기를 확인해 보니 시간은 오전 11시가 넘었고 직장에서의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 왔었다. 전화는 안 하고 직장 메신저로 해결하고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반려견을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잠은 다 깼지만 눈만 감았다.


 점심 먹을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배는 안 고파서 일단 씻고 나왔다. 태블릿과 키보드를 넣고 책 한 권을 챙겼다. 올해 마지막 하루의 날씨는 따뜻했고 햇살이 강했다. 나서기 전 빼먹은 핸드크림과 립밤도 다시 주머니에 넣고 나와서 카페로 향했다.


 햇살이 따뜻하고 혼자 앉기 좋은 창가 쪽에 앉았다. 앉자마자 주문한 콜드브루가 나왔다. 다시 일어나 콜드브루를 가져와 한 모금 마시고 태블릿과 키보드를 꺼냈다. 하려던 행동을 잠깐 멈추고 카페 안을 둘러보니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고,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태블릿과 책을 펼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주제로 수다를 떠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후 2시가 지나니 햇살이 더 강렬해져서 옆에 앉아 있던 손님이 커튼을 쳐도 되냐고 묻고 직접 커튼을 쳤다. 그래서 머리에 떠오른 생각들이 사라져서 쓰던 글도 잠깐 멈추고 창밖을 바라봤다. 연차 덕분인지 오늘을 나답게 보낼 수 있었다. 남은 오후에는 책을 좀 읽으려고 책을 꺼냈다. 두꺼운 책에다가 햇살이 낮잠으로 인도하는데 글이 눈에 들어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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