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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gularmeeting Aug 26. 2022

새로운 시작에 앞서

창업을 선택한 나 자신에게



a. 창업을 왜 하는가?


사람이 인생에서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다. 가게를 하는 것은 나에게 꿈이었다. 이 한마디로 충분하지 않을까?


대학시절부터 온전히 나의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대기업이나 뻔한 사무직으로 취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 스타트업이나 기획 그리고 브랜딩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막연히 진심반 농담 반으로 빵집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졸업 직전에 진짜 도전해보자고 결심한 것이다. 카페 아르바이트부터 말이다.


완전히 주체적으로 나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주체적인 삶이 곧 자유라고 생각한다. 자유. 자유보다 매력적인 것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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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창업을 준비하면서?


예전에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커피라는 매개체가 이렇게 큰 비즈니스가 될 줄 몰랐다. 그런데 멋지고 실력 있는 커피 팀 또는 회사들이 해마다 생겨나고, 그들이 승승장구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길을 시작하며 처음 가졌던 목표인 동네에 작은 카페의 꿈까지 짓밟혀 버릴까 봐 내심 두려웠다. 나 같은 1인 창업자들이 설 기회와 땅이 점점 작아져 가는 현실을 마주하니 말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상가와 서울의 구석구석 다니며 나름 발에 땀나게 다녔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도전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장점과 위험요소가 동시에 있었지만 나에게는 항상 위험요소가 훨씬 더 크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결국 여기도 저기도 아무 선택도 못하는, 사방이 꽉 막혀서 안절부절못하는 오줌 마려운 강아지 같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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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이런 선택 장애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사실 가지고 싶은걸 가지지 못한다거나, 먹고 싶은걸 못 먹어 본 적도 없고 나름 부족함 없이 살아왔지만,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는 항상 비용 대비 최상의 선택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속에 있었다. 돈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라기보다는 현명한 선택에 대한 집착이랄까.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대단히 큰 사람인 것 같다. 지금도 여전하고.


가게를 준비하면서 그 집착은 더 커져 갔다. 내가 앞으로 성장하고 일구어낼 긍정적인 청사진보다는 초기 투자비용과 고정비용에 집착하다 보니 어떤 조건에도 만족을 하지 못했고, 시간을 들여 더 열심히 다니고 뇌를 쥐어짜면, 이보다 현명한 선택과 기회가 있을 거라는 미련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언젠가 읽었던 글에서 완벽주의자는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것을 시작조차 못한다고 한다. 아무런 도전을 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는 인생이니, 겉으로 봤을 땐 결점 없는 완벽한 모양이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나는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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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갑자기 서촌을?


서촌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서촌이라는 동네 자체에 마음이 가는 것이 가장 컸다. 무엇보다 내가 살고 싶은, 지내고 싶은 동네에서 하면 일단 나부터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내가 서촌에 가게를 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랑 잘 어울린다고 한 것도 꽤 다행이었다. 나한테는 이게 가장 중요했다.


이 동네의 온도가 좋았다. 너무 화려하지 않고, 거주민과 외부 방문객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은 적당한 밸런스의 마을. 너무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아, 그리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거의 보기 어렵다는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서촌을 올 때마다 옛 서울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서 좋았다. 동네의 지리적, 역사적 특성상 앞으로도 대규모 개발이나 큰 변화가 쉽지 않을 것 같았고,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처에 인왕산이 있어 계절을 느끼기 좋았고, 동네 거리와 이질감 없는 많은 가게들도 매력적이었다. 주택과 상가들이 자연과 잘 어우러져 있어서 아예 터를 잡고 살기에도 좋은 동네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잘 보인다. 다소 특이할 수 있는데 나한테는 살면서 꽤 중요한 요소다.


아파트도 거의 없고 상가 빌딩들이나 주택들의 높이도 낮은 편이다. 길가에는 나무도 많고 고개를 많이 들지 않아도 눈 안으로 하늘이 들어온다. 그래서 답답한 빌딩 속 도시가 아닌 탁 트인 개방감이 느껴지는, 도시보다는 동네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다. 예전부터 항상 건물들이 낮은 동네를 좋아했다.


결국 이 서촌이라는 동네를 선택한 것은 내가 바라왔던 이상적인 삶의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굳이 키워드로 정리하자니 의미가 퇴색될 것 같고 이렇게 두서없는 문장들로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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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가?


부자. 부자(rich)여서 좋은 건 돈이 많다가 포인트가 아니고,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맞다. 선택의 자유는 꼭 금전적인 풍요로움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다양한 방식과 멘털적인 접근도 있을 수 있겠지.


필요한 걸 취할 수 있고 먹고 싶은걸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을 다닐 수 있는 그런 자유. 노동 자체를 안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노동이라는 것은 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건강한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령 내일 로또에 당첨된다 하더라도 카페를 하려는 마음은 변함없다.


사실 이번 에스프레소와 필터 커피까지 전체적으로 서브하는 커피하우스 말고도 머릿속에 계획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더 있다. 전반적인 커피 메뉴들을 다루는 커피 하우스를 시작으로, 재밌고 다양한 기획들을 도전해보고 싶다.


결과나 수익이 아닌 과정 자체에 목적을 두려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 브랜드를 소비할 때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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