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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디 Jun 14. 2023

두 달에 한 번꼴로 비행기 티켓을 끊는 기분이란


두 달 전에 끊어놓은 오사카행 티켓이 다음 주면 사용될 예정입니다. 여행을 간다는 소립니다.


지난 3월 말 보름 간의 대만여행을 간 것을 끝으로 하면 대략 세 달 만에 해외여행이네요. 3박 4일 오사카. 일정은 무지하게 짧지만, 그래도 날짜가 점점 다가오니 여느 여행과 마찬가지로 기대가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행날짜가 다가올수록 시간이 더디게 가는 착각 또한 빠지지 않고요.


어제저녁, 남편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물론 저도 크게 티는 안 내고 있지만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다가올 세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춰 저희 부부는 홍콩으로 가는 티켓을 예약했습니다. 마찬가지로 3박 4일 홍콩. 항공도 호텔도 앉은자리에서 순식간에 예약을 마친 우리는 어화둥둥 손을 흔들고 발도 구르며 10주 뒤의 여행을 미리 만끽했습니다. 부부여행은 작년 11월 뉴욕여행 다음으로 약 9개월 만이겠네요. 



말씀드렸다시피 앉은자리에서 백만 원을 써버리고 전 잠시 생각했습니다. "진짜 이렇게 살아도 되나? 내 월급이 200인데 지금..?" 


우리 부부는 지난 4월, 남편이 나 홀로 2주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직후, 부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계획 하나를 결정했습니다. 아이계획? 내 집마련? 아니죠. 바로 여행계획입니다. 


일 년에 400만 원은 오로지 해외여행으로 소비하기로 했습니다. 100만 원씩은 각자 여행으로, 200만 원은 부부여행으로. 각 잡고 내린 신중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결정.


이 결정은 대부분 흐지부지되고 마는 다른 결정과는 달리 굉장히 잘 지켜지고 있는데, 그 정도가 어느 정도냐 하면 남편은 "특가 뜨면 바로 예매해야 한다"며 노심조차하는 마음으로 '100만 원 선입금'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남편에게 말은 안 했지만 올 하반기에 어디 건수가 없을까 골몰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다음 주에는 일본, 8월에는 홍콩을 다녀와서 봐야겠지만요. 


지난겨울 뉴욕에서 혹독한 코로나를 치른 저희가 겨우 기운을 차리고 했던 첫마디가 기억납니다.

"당분간 해외여행 나오지 말자." 


사람은 변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우리 부부의 이놈의 역마살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해외를 자주 나간다며 남들이 부러워합니다. 어차피 내돈내산이고 내 연차소비이지만, 그래도 다들 자기는 못하는 것을 제가 한다는 기색입니다. 다들 결혼도 안 했고 책임져야 할 자식도 없는데 해외여행은 먼 얘기라는 식입니다.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나름의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아, 나름의 고충도 있습니다. 여행을 갈 때마다 회사 사람들에게 기념품을 챙겨다 줘야 하나 슬슬 고민이 들기 때문인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가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입장이지만 정말 아무것도 살 만한 게 없어서 안 사 왔을 때 민망하고 이기적이라는 뒷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월급쟁이로 산다는 것, 이런 부분에서도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구나.. 깨닫습니다.


*


어쨌든 전 다시 한번 떠납니다.

남편 친구 와이프와 단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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