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이 쉬워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남편은 후천적 환경이 만들어 낸 걱정봇이다.
나 또한 후천적 환경이 만들어 낸 불안봇이다.
남편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가장 먼저 '이 일이 실패했을 때 내가 겪을 최악의 상황은?'이라는 질문에 지배당한다. 난 '이거 때문에 우리 애들이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에 압도당한다.
남편과 나를 심연으로 빠뜨리는 걱정과 불안은 결국 현실에 나타나지 않는다.
'휴. 다행이다. 하지만 다음에는 몰라. 일이 일어날 수 도 있다고!'
라고 안심하며 그렇게 또 한 번 실체없는 걱정과 불안의 큰 산을 넘긴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베란다 창문에 묻어나는 빗방울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모험과 자유를 즐기는 우리 부부에게 분명 걱정과 불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험과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기회는 여전히 많을 것이다.
고로 우리는 걱정과 불안을 덜어내야 만 한다.
설사 훗날 실제로 우리의 걱정과 불안이 가시화되더라도, 그건 그때 해결해야 한다.
어차피 지금,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지금 우리가 바로 잡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아. 무. 것. 도.
이제 그만 시간 축내자.
사람이 철이 들면 시간 아까운 줄 안다고 한다.
나는 슬슬 시간이 아까운 참이다.
우회도로로 돌아가는 시간이 아깝고
물건을 사러 쿠팡을 뒤지는 시간도 아깝다.
겨울에 입을 만한 두꺼운 바지가 없지만 그 마저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해야 할 게 너무 많다.
브랜드는 어디, 그 브랜드를 파는 쇼핑몰은 어디, 온라인? 오프라인? 결제는 일시불? 할부? 세일? 쿠폰.
세상에나.
책을 펼쳤다.
걱정을 걱정하지 않는 법을 샅샅이 찾기 시작했다.
딱 5권의 책을 독파했는데, 하필이면 가장 마지막에 읽은 책에
나에게 필요한 구절이 몽땅 들어있었다. 유레카.
결국 난 이렇게 또 한 번 책 속에서 원하는 바를 찾아 버렸다.
(로지스올 서병륜 회장은 말했다.
'필요한 자료는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 읽어야 한다.'라고. 나, 잘하고 있다. )
1. '걱정'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안에는 개인이 당면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이미 다 갖춰져 있다고 한다.
걱정이 아니고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이라고?
오래된 담론인 듯 보이는 이 문구는 오래된 담론답게 나에게 가장 크게 와닿았다.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돌부리를 치워버리면 그만이다.
넘어졌다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봤자 이미 까진 내 무릎이 다시 깨끗하게 돌아올까?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단순하고 명확했다.
넘어졌다 - 멈춘다 - 일어선다 - 먼지를 턴다 - 돌부리를 없앤다.
걱정을 해결하는 메커니즘도 이와 완벽히 같다.
걱정이 든다 - 멈춘다 - 걱정의 시발점을 찾는다 - 시발점을 없앤다.(해결한다)
2. 그냥 멈춘다.
: 혹시 '화이트 스페이스'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지. 우리 머릿속을 의식적으로 비워 생산적인 생각이 마음껏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돕는 방법이다.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하거나 멍 때리고 있을 때 갑자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피융- 하고 떠올랐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이트 스페이스의 힘이다.
걱정이 생기면 일단 멈추자.
생각을 독단적으로 제어하기 힘들다면 실제로 하던 일을 멈춰보자. 훨씬 수월하다.
의식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멈추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부부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 누릴 수 있는 자유와 행복을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매일 강아지와 함께 저녁 산책을 한다. 왕복 3km 정도뿐인 짧은 거리지만, 우리는 그 길을 걸으면서 어느 날은 붕어빵도 사 먹고, 어느 날은 편의점에 들러 커피도 사 먹고 그런다.
그럴 때면 소소한 행복, 세로토닌이 왕성해지는 행복이 우리를 감싸고 있음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3. 감사해라.
:우리는 과거를 알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터라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어도 손 쓸 방도가 없다.
우리는 미래를 궁금해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라 알 방도가 없다.
결국 우리는 현재 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현재'는 감사의 프레임으로 볼 때 훨씬 윤택해지고 매끄러워진다.
누군가가 말했다. 감사는 근육이라, 매일 훈련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감사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감사의 근육을 키우자.
걱정과 불안이 엄습할 때면 그 속에 작게 빛나고 있는 감사의 불씨를 알아차리자.
그 불씨는 우리의 에너지를 얻어 결국 큰 불씨로 확대될 것이고, 큰 불씨는 결국 걱정과 불안을 완전하게 연소시킬 것이다.
앞서 열거한 것들은 책 속의 구절에 나의 내밀한 생각을 더한 것이다.
이 내밀한 생각은 나에게 책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 하게 했고, 끝내 난 남편 귀에 대고 이것저것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자꾸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강아지만 신경 쓰고 있기에 '잔소리로 느끼려나..'싶었다.
하지만 한 걸음 느리게 따라와 주던 남편은 언제나 그랬듯 나의 말을 알알이 잘 듣고 있었다.
그리고 곧 행동으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오늘 이런저런 걱정이 들고 결국 감정이 부정적으로 변하려고 했어. 근데 여보가 그랬잖아.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나중에 생각하자고. 해결해야 할 문제 일 뿐이고, 우리는 언제나 잘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그랬더니 말이야. 가벼워지지 뭐야? 감정에 빠지지 않고 잘 빠져나왔지 뭐야? 나 대단하지 않아?'
결혼생활이 쉬워지고 매끄러워지는 방법에 걱정과 불안을 없애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또 있을까 싶다.
이로써 우리 부부는 험난한 삶의 여정을 함께 하는 파트너로서 다른 대항마와 견주어도 지지 않을 만한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됐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만약 결혼을 하셨다면, 부부만의 무기를 구축하는데 힘써보세요.
워낙 프라이빗한 영역이라 남의 시선과 평가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답니다.
틈이 없으니까 비집고 들어와 훼방을 놓을 수도 없다는 거 꼭 기억하시고, 마음대로 설계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