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로 동심을 읽다 - 책 <유주의말>

"꼴찌는 없는 거야. 꼴찌가 아니라 4등인거야.”

by Sooki Moon

2년 전쯤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를 봤을 때, 가장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


곰돌이 푸가 꿀단지에 빠져 끈적끈적한 발로 카펫을 막 걸어 다니는데, 모든 관람객들이 뒤처리 과정을 스스로 상상한 나머지 다들 한 마음으로 ‘어휴’하는 한숨소리를 낸 거다.


동심으로 돌아가고자 본 영화인데 모두들 너무 어른이 되어버려서 이젠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증명당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나는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 -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中


이 책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나에게 이런 순수함은 이제 없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무조건인 지향점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유주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읽으면서 그 순수함과 상상력, 창의력에 나도 모르게 힐링이 되었다.


그리고 유주와의 기억들도 문득 생각났다.


주사위 놀이를 하는데 이모가 유주보다 적은 숫자가 나와서 자꾸 뒤쳐지자 기다려주겠다는 유주.



"유주야, 유주가 주사위를 잘 던졌으니까 유주가 먼저 종점으로 가"
"아니야. 이모랑 같이 들어올거야. 같이 들어와야 되는 거야. 내가 기다려줄게."


무조건 이기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같이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여섯살짜리 아이의 생각이 나를 감동시켰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유주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만 자랐으면.


나같은 뻔하디 뻔한 어른이 되지 말고 이성과 감성 사이, 현실과 이상 사이, 실재와 상상 사이를 자유롭게 오갔으면.


앞으로도 마음에 자국을 내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이런 유주의 말들을 계속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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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유주의 말>

p03
“할아버지 다 먹었네?! 할아버지 1등!
할머니 2등! 이모 3등! 엄마 4등!“
“에이..엄마가 꼴찌네?”
“아니야. 엄마 꼴찌 아니야. 엄마는 4등이지 꼴찌가 아니야.
꼴찌는 없는 거야. 꼴찌가 아니라 4등인거야.”

-
p05
“엄마 거대토끼 이모는 몇 층에 살아?”
“5층!”
“엄마 그럼 우리 6층으로 이사 가자.
바로 내려가면 항상 거대토끼 이모 볼 수 있게.“

-
p07
“유주야, 왜 휴대용 선풍기를 바다 쪽으로 쐬고 있어?”
“바다 시원하라고. 바다 더울까봐.”

KakaoTalk_20210124_150302277.jpg "내가 안 자고 엄마를 지켜줘야 돼." - 책 <유주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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