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여행가
찻집 귀천에서 시를 기웃거리던
젊은 여자는
나이 들어 민화 속
새와 나비와 목단을 본다
화랑마다 회랑이 있어
서양화를 보러 가고
동양화를 보러 가고
추상화를 보러 가고
수묵화를 보러 간다
인사동에서 안녕을 말하지
못했다
헤어지지 않았으므로
어딘가에 젊은 여자와 젊은 남자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늙은 여자는 영사기 돌려보듯
거리에 펼친다
제대로 된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한 사람을
찾아 헤매는 거리
옛 동네를 뒤지듯
골목마다 들여다보며
그려지지 않은 얼굴 하나를 그려
남은 생애 내내
끝나지 않는 전시회를 열고 있는
한 여자가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