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문생 Jan 08. 2023

참! 잘 썼어요

일단 쓰고 기록하는 지름이의 문구로운 생활, 프롤로그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이상은 초등학교 시절에 들었을 말,

"참! 잘했어요" 

어떤 일을 열심히 했거나 만족스러운 일을 했을 때 칭찬의 의미로 쓰인다.


첫 번째 단행본 에세이를 낸다면 어떤 제목이 좋을지 마땅치 않았는데

퇴근 길, 운전 중에 퍼뜩 "참! 잘했어요" 라는 말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팔리는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하는 유튜버이자 강사, 작가, 

광고회사 TBWA, 이노션을 거쳐 토스의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다 #브랜드보이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며 최근 두번째 "MiX"를 저자, 안승은님의 세바시 강의를 날의 저녁이었다.


저자는 '팔리는 브랜드'의 힘"섞기" 즉,  "쌓고 정리하고 섞기" 라고 했는데

나는 나를 쌓고 정리하고 섞어봤다.


내 이름<지음>과 별명<지름>, 습관이자 취미인 <기록> 이 세가지를 관통하면서 문구에 진심인 성향을 더하니 중의적인 의미의 <쓰다>라는 동사가 떠올랐고(물건을 살 때도, 글을 적을 때도 <쓴다>를 사용하니까)

이걸, 좀 위트있고 간결하게 대신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하다 불현듯 "참 잘 했(썼)어요"와 함께

동그란 도장 이미지가 생각났다. 아, 됐다. 이거다. 딱 마음에 드는 단어였다.


그렇다. 난 참 잘 써왔다. 작은 물건들을 끊임 없이 사서 쟁여두는 것도, 얼마나 기억이 오래 남을진 모르겠으나 일단 빈 노트에 기분이 좋든, 나쁘든 감정을 내뱉거나 일상의 여기저기 주워담은 말이나 조각들을 노트에옮기는 행위를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그냥 일과처럼 열심히 해왔다.


어느 날엔가는 회사에서 2주 만에 잘리고는 집에 오는 길에 본 잘린 통나무를 보고, 나와 처지가 비슷하다 생각해서 잘린 나무를 그림일기로 남겼고, 외로운 맘이 솟구쳤을 때는 언젠가 만나고 싶은 이상형을 컷툰 형식으로 그려두기도 했다.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한 날엔 기지개를 켜는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주로, 힘이 들때 그림을 그렸다. 29살 홀로 한 달간 인도 배낭여행을 갔을 땐, 처음으로 비싼 몰스킨 노트를 사서 10년치 계획과 1년 계획, 1달 계획을 빼곡히 적어오기도 했다. 업무적인 시간에도 끊임없이 썼다. 하는 일에 따라 내용이 달라졌고, 쓰는 도구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취향이 더해졌다.


한 장, 한 권으로 보는 기록은 폴라로이드 필름처럼 인생의 한 찰나를 현상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지난 15년 동안 인스타그램 1,064개의 피드, 블로그 805개의 포스팅,  싸이월드 405개의 다이어리, 수십권의 노트(너무 많아서 정확히 세어보지 않음)가 쌓이니 이 방대한 기록들의 인상적인 부분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면 그 자체가 나 자신이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런 책의 어느 한 페이지, 한 줄에 공감해주는 이가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대도 만족스런 삶일것 같았다. 그런데 반대로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그럼, 이 책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느냐 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딱 한 번씩 주어지는 삶, 이왕이면 정성들여 살고 싶다. 잘 가꿔서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므로 이건 내가 스스로 세상에 남기는 무덤 없는 '비석'같은 거다.

너무 비장하기 까지 한것 같지만, 이 책을 통해 이 기록을 통해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