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손님이 들어온 서점

by 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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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나 한 명뿐인 서비스는 손님 없는 서점과 다르지 않았다.


선반을 정리하고, 조명을 켜두고, 문을 열어두어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 Pickify가 처음 동작한 뒤 한동안은 그런 상태였다. 책을 등록하고, 리뷰를 쓰고, 화면을 고치는 일을 전부 혼자서 했다. 만드는 사람이 곧 유일한 손님인 서점은 생각보다 조용한 곳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구현해야 할 기능들이 더 많았고 아무리 봐도봐도 부족한 부분만 계속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형태가 갖춰졌다고 느꼈을 때, 이 서점에 사람을 불러보기로 했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톡방에 링크를 하나 올렸다.


"이런 걸 만들어봤는데, 관심 있는 사람들 한번 써봐."


일부러 가볍게 꺼냈다. 기대를 너무 높여놓으면 그만큼의 실망이 따라올 게 분명했다. 관심 있으면 한번 들어가보라는 정도, 그 선에서 멈추었다.


그런데 링크를 보내고 나니 묘한 긴장감이 찾아왔다. 몇 달간 밤마다 만들어온 것을 처음으로 다른 사람 앞에 내놓은 셈이었다.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건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그것을 보여주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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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각자의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당연히 우선순위 밖의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습관처럼 Pickify에 접속해서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익숙한 화면 안에 낯선 변화가 있었다. 내 책장 옆에 또 하나의 책장이 생겨 있었다. 누군가 가입하고, 자신의 책장을 만들고, 책 한 권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짧은 리뷰도 함께 달려 있었다.


처음 화면이 동작했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감정이었다. 그때가 "만든 것이 동작한다"는 신기함이었다면, 이번에는 "이 공간에 사람이 왔다"는 감각이었다.


내가 만든 빈 선반 위에 다른 사람의 취향이 놓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만으로 그날 하루는 충분히 좋았다.


빈 서점에 첫 번째 손님이 들어온 기분이란 이런 것이었다. 자신만의 책장을 만들어 나간다는 나의 의도는 잘 전달되었을까? 책을 검색하고 리뷰를 올리는 과정에서 불편함은 없었을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였지만 괜히 또 귀찮게 할까봐 그냥 두기로 했다.




그 뒤로 한두 명씩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리뷰를 열심히 작성하며 자기만의 책장을 꾸리는 친구도 있었고, 가입만 해놓고 아직 리뷰를 남기지 않은 친구도 있었다. 다행히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보내온 친구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다른 사람들의 책장을 구경하는 경험이었다. 이 사람은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구나, 이런 문장에 마음이 가는 사람이구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데도 책장을 통해 보면 몰랐던 면이 드러났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경험 — 누군가의 취향을 구경하는 즐거움 — 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아직은 서로 아는 사람들 사이의 작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서비스에 사람이 들어오니 혼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흐름이 자연스럽고 어떤 부분에서 멈칫하게 되는지. 사람이 머무는 공간은 스스로 다음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주었다.




아직 작은 거리다. 책장은 몇 개 되지 않고, 서로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다.


하지만 그 거리에 하나둘 책장이 놓이고 있다. 각자의 취향이 담긴, 각자의 작은 서점들이.


제 책장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pickify.me/al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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