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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24. 2024

이런 예쁜 것들을 두고 어떻게 갈까

이런 예쁜 것들을 두고 어떻게 갈까


그녀의 손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자그만 새들이 천에 새겨지고

잘린 꽃줄기가 판화가 되어 파란 배경에 하얀 무늬를 드리운다

꽃술과 화분이 흩어져 자잘한 점을 새긴다 그림자가 내려앉고

저녁은 노을로 물든다


고슬고슬한 실을 손으로 한 번 더 문대어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조카의 얼굴과

작고 앙증맞은 발을 생각하며 한 코 한 코

흙을 밟아나갈 따뜻한 덧신을 뜬다

코코아색 초코쿠키들이 쟁반에 놓여진다

병에 담긴 잼들을 햇살 비치는 창가에 놓는다

빛은 여전히 그늘을 드리우고

그녀의 벽들은 온통 계절의 꽃들로 수놓아진다

고개를 숙이고 거실을 밝히는 등불

오갈때마다 눈길이 가는

모퉁이마다 놓여진 레이스 램프..


따뜻함

조바심

향기로움과 권태

여름의 신선한 바람

신이 왔다간 겨울의 갈무리

갈색 뜨개 니트를 손으로 슬쩍 더듬어본다

가두어진 시간들

수놓아진 양면 주머니

마른 꽃다발

풀이 우거진 정원 빨랫줄

그위에 걸린 퀼트, 그래니 블랭킷


이 아름다운 것들을 두고 어떻게 갈까


그녀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본다

사람들

바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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