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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북마을 촌장 Jan 06. 2023

행복과 번성하는 삶

두 종단 연구

죽는 순간까지 번성하고 지속가능한 행복을 누리는 삶에 대한 두 역사적 연구가 있다. 하나는 하버드대학이 주도해서 하버드 대학의 학생과 하버드 대학이 있는 보스톤 지역의 빈민층 젊은이들을 비교 추적한 종단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유복한 집안 어린이와 결손가정 어린이들을 추적해 연구한 종단연구다.


하버드연구는 1938년 724명의 젊은이들을 추척한 가장 오래된 종단연구다.  최근에는 아직까지 살아 있는 60명의 초기 참가자들의 아들과 손자들 2000여명을 추적한 연구를 새롭게 시작했다. 행복과 번성이 세대를 넘어서 자손들에게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알기 위함이다. 하버드 정신과 교수이자 이 연구의 책임자인 Robert Waldinger가 이 연구 결과를 정리해 <The Good Life>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가설에서 이용한 질문은 통속적이었다. 적어도 하버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어느 정도까지는 행복하고 번성하는 삶을 보장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연구결과는 이들이 달성한, 학벌, 명예, 부, 권한이 지속가능한 행복과 만년까지의 번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었다. 반대로 자신의 삶의 연결망에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인지가 행복과 번성을 결정했다. 하버드를 졸업했는지 대학을 나왔는지, 부, 명예는 번성과 삶의 행복을 결정하지 못했다.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서로 마음을 털어 놓고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몇명인지, 즉 관계의 질이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변수다. 


이 연구의 구체적 발견을 정리하면 다음 네 가지다. 어렸을 때 가족 중 한 형제라도 서로 사랑해가며 의미있는 관계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성장한 사람이 50대 넘어서도 행복하고 번성하는 삶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을 때 부모와 남들의 도움을 넘어 자신이 만든 연결망을 통해 자신 문제를 주체성이고 능동적으로 극복한 네트워크 경험이 행복과 번성에 영향을 미쳤다. 셋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도 의미 있는 건강한 연결망에 영향을 미쳤다. 현실적 낙관주의를 통해 극복하는 사람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질적으로 좋은 연결망을 유지했다. 반대로 자기방어(잘못 부인하기, 척하며 연기하기, 책임 전가하기)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은 연결망이 끊어지고 좁아져서 결국 고립된 사람으로 전락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고립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 비해 육체적 건강에서 우월했고 더 나아가 두뇌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적어도 50세에 이런 의미있는 관계망을 유지하고 살고 있다면 30년 후인 80살까지 이들의 삶의 만족도도 자연적으로 높았다. 건강이란 뿌리가 길러져 열매가 맺은 것이거나 반석 위에 지은 집과 같아서 문제가 생겼다면 지금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문제의 뿌리가 적어도 30년 전의 습관에서 생겼기 때문이다.


둘째의 역사적 종단연구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연구다. 이 연구는 어려운 여건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지에 관한 많은 시사점을 남긴 연구이다.


이 연구는 1954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은 아름다운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 당시 카우아이섬은 미국의 식민지로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백인들, 이주한 동양인들, 원주민들이 어울려서 살고 있었다. 연구는 1954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의 성장과정을 40여 년간 추적조사 하였다. 이들의 생활환경은 대부분이 열악하였으나 이들 중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의 아이들을 고 위험군으로 분류하여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과 비교하였다.


가설은 고 위험군에서 비행 청소년도 많고 사회적 낙오자들도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는 고 위험군에서 자란 어린이 중 72명이 기대와는 달리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런 사실에 놀란 연구진은 연구주제를 180도 바꿔서 무엇이 이들을 어려운 환경으로부터 지켜주었나를 연구하게 되었다.


연구결과 그들 72명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극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 중 누군가 적어도 한 명은 이들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긍휼감을 가지고 이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사랑의 끈을 놓치 않았다. 이들의 긍휼감은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의 원천이 되었다. 자신이 고통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믿고 지지해주는 한 사람의 존재는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의 정신적 근육을 단련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들이 보여준 긍휼의 사랑은 이들이 커서 고향을 떠나 세상의 큰 산을 마주하고도 주눅이 들지 않는 정신모형의 근육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암울한 상황이라도 긍휼이 담긴 사랑의 줄을 놓지지 않는다면 온전한 한 편이 되어 이들의 삶을 구할 수 있다.


훌륭한 조건에서 태어났음에도 기대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한 어린이들의 문제는 부모가 이들의 장점과 매력에 집중해 좋은 것만을 사랑한 경우였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기반한 잘못된 사랑의 편식이 자식을 망치는 핵심 원인이었다. 반대로 열악한 환경에서 훌륭하게 자란 아이들은 긍휼이라는 온전한 사랑을 받은 대상이었다. 긍휼은 좋은 것 예쁜 것 장점만 찾아서 사랑하는 사랑의 편식과는 달리 상대가 가진 아픔조차도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랑의 가장 지고지순한 형태이다. 


직장생활에서 번성과 행복을 연구한 결과들이 강조하는 것도 관계의 네트워크다. 특히 의미있는 관계의 연결망이 특정 집단을 넘어 다양하게 직조된 사람들을 통해서 만들어져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관계망의 네트워크가 다양성을 유지할 때 최고로 번성하는 경력을 누렸다.


연구가 보여주듯이 나를 긍휼로 사랑하는 온전한 내편 한 명의 사랑이 나의 장점과 강점을 편애하는 수백명의 사랑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나의 아픔조차도 사랑하는 온전한 내편 한 사람만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다. 누군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면 긍휼로 사랑하는 온전한 내 한 편이 없는 것이다. 


긍휼감으로 서로를 사랑해주는 온전한 상대가 한명이 아니라 직장, 공동체, 가족, 친구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럿이 존재할 경우 이 사람은 행복이나 번성에서 실패불가능한 사람의 지위에 오른 것이다. 다양한 우주가 이 사람을 향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번성과 행복에 더 근원적 비밀은 이런 모든 의미 있는 관계의 시작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모든 관계가 일시적으로 끊어져도 자신에 대해 온전하게 사랑하는 끈을 놓치지 않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과의 온전한 연결망을 다시 복원하는데 성공한다. 자신이 유전적으로 받은 강점을 넘어 아픈 자신도 자신으로 사랑하는 긍휼이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자신도 온전하게 긍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불러들일 방법은 없다. 반대로 향그러운 자신의 존재이유를 세우고 의미있는 자신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측은하게 시도하고 노력하면 지켜보고 있던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누군가는 반드시 찾아와서 관계를 맺어준다.


기진맥진해 비몽사명으로 쓰러져 있는 자신을 깨우는 힘은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한 각성이다. 이렇게 살려고 세상에 태어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기진맥진한 자신을 깨우는 힘이다. 깨워진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자신에 대한 긍휼이다. 목적으로 깨워지고 긍휼로 일으켜 세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온전한 삶을 실천해 자신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먼저 복원해보자. 자신을 목적과 긍휼로 온전하게 사랑하는데 성공한다면 많은 의미있는 관계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어도 목적과 긍휼만 있다면 닥쳐올 어떤 난관도 해결할 수 있는 근원적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존재 목적은 나침판이고 자기 긍휼은 구명보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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