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는 돼지고기를 저민 후 빵가루를 묻혀 튀겨낸 음식으로 한때 짜장면과 더불어 외식메뉴를 책임졌던 음식이다. 돈까스가 우리나라에 자리 잡은 건 일본을 통해서였지만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돈까스는 서양 음식이다.
돈까스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은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인 슈니첼(schnitzel)이다. 이 슈니첼을 영미권에서는 포크커틀릿(Pork Cutlet)이라고 불렀고, 근대화를 맞이한 일본에도 슈니첼이 아닌 포크커틀릿으로 전해지게 된다.
포크커틀릿이 처음 일본에 등장한 건 메이지 시대인 1895년으로 혼다 겐지로(本田源次郎)라는 요리사에 의해 소개되었다. 지금과 달리 얇게 썰어낸 돼지고기를 기름에 지져서 만들었는데 이름도 돈카츠(豚かつ)가 아닌 포크 카츠레츠(カツレツ)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식 돈까스, 즉 돈카츠는 1929년 원조돈카츠폰다(元とんかつぽん多)라는 식당에서 개발된 메뉴다. 폰다에서는 돼지고기를 얇게 저며 사용하는 카츠레츠와 달리 저미지 않은 두툼한 고기를 사용해 튀겨냈다. 이름도 돼지를 뜻하는 포크(Pork) 대신 같은 뜻의 한자어 돈(豚)을 붙여 돈카츠레츠(豚カツレツ)로 불렀다. 이를 편하게 줄여 돈카츠(豚かつ)로 부르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일본에서는 돈카츠를 시험 전날 먹는 풍습이 있는데 돈카츠의 카츠(かつ)가 승리, 합격을 뜻하는 가츠(勝, かつ)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험 전날 엿이나 찹쌀떡을 먹는 것과 비슷한 풍습인 셈이다.
한국의 돈까스가 일본의 돈카츠에서 유래됐지만 오늘날 두 음식은 많은 것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고기의 두께. 앞서 얘기했지만 돈카츠는 돼지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튀겨내지만 돈까스는 얇게 저며 낸 후 넓게 튀겨내는 포크커틀릿 형태다. 미리 자르지 않고 나이프를 준비해주는 것 또한 차이점이다.
돈까스가 처음 한국에 들어온 건 일제강점기지만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70년대 경양식집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중국집과 더불어 외식문화의 상징이기도 했던 경양식집은 오므라이스, 함박스테이크와 함께 돈까스를 취급했는데 돈까스 특유의 바삭한 식감은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당시는 경양식하면 최고의 외식 메뉴로 꼽혔고, 돈까스 역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90년대 다양한 외식메뉴의 등장으로 경양식집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자 돈까스의 인기도 점차 사그라졌다.
2000년대 들어 돈까스는 다시 한번 외식메뉴로 인기를 끌게 되는데, 일본음식 전문 프랜차이즈가 국내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일본식 돈카츠가 자리 잡은 것. 요즘은 ‘돈까스’하면 일본식 돈카츠를 먼저 떠올릴 정도다. 그래서 경양식집에서 먹던 한국식 돈까스는 경양식 돈까스, 추억의 돈까스로 구분 지어 부르고 있다.
*외래어 표기법상 돈가스가 맞으나 저는 어려서 돈까스를 먹고 자라 돈까스로 표기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