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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데이지 Jul 23. 2019

한여름밤의 꿈

부모님의 바비큐 파티

부모님은 40년지기 친구들과 자주 바비큐를 즐기신다. 해가 지고 달이 산 뒤로 넘어갈 때까지 얘기는 끊이지 않는다. 전과 막걸리에서 삼겹살과 소주, 군고구마, 군옥수수, 라면까지가 기정 코스이다. 음식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자리인지라 나도 앉아있다 보면 6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예능처럼 매번 소재가 새로워서 재미있나? 아니다. 대화 내용은 저녁 메뉴처럼 정해져있다. 어제도 삼겹살 불판에 불을 끌 때쯤 요한 삼춘이 말했다.  

"내가 얘 때문에!"

나는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서영이를 낳았잖아. 내가 아들 둘밖에 없을 때 얘(아빠)네 집에 놀러 갔는데, 예지가 재롱을 엄청 피우는 거야. 근데 내가 너무너무 배가 아픈 거야. 그래서 바로 작업을 시작했지."

"삼촌, 그 얘기 스무 번은 들은 것 같아요."

그러자 선희 이모가 내 팔을 툭 쳤다.

"스무 번이 뭐야. 백번은 넘게 들었지."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야무지게 노래하던 나의 모습을 재현하셨다.

"울면 안 돼, 똑! 울면 안 돼, 똑!"


이 추억으로 시작하면, 그다음엔 서영이가 사춘기 때 까칠했던 얘기로 넘어간다. 그리고 자식 각자의 특성을 늘어놓다 보면, 한여름 공기가 서늘해져 있고 우리의 마음은 군고구마와 같이 따뜻하다.


Time is a linear line,
but our consciousness deviates from the line
and revisit moments in life that make up who we are.

In a way, the barbeque is a ritual
where we ask god called time to preserve us.

시간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우리의 의식(consciousness)은
물길에 놓인 물레방아처럼 돌고 또 돌며 추억을 재방문한다.

이 모임은 시간이란 신으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기억을 지키기 위한
의식(ritual)이 아닐까

어른들이 같은 말을 반복하면 웃기만 했었는데, 이젠 나도 나중에 이런 의식을 함께 치를 친구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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