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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Apr 11. 2024

생각이 필요 없는 사진?(feat.헤이리)

'사진을 할수록 어렵네요.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찍을 때가 더 좋았는데, 요즘에는 사진이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고민하면 할수록 사진이 더 산으로 가는 것 같다니까요.'

'피사체를 보는 눈이나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시각이 발전한 것은 알겠는데, 내 사진은 갈수록 왜 엉망일까요?'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우리가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사진 촬영을 하는 자신만의 이유도 있습니다.

1. 내가 겪은 것들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2.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3. 사진이 좋아서 사진을 찍고, 

4. 은퇴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목적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5. 또한 사진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6.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럼 우리는 사진을 왜 찍을까요? 아니 나는 왜 사진을 찍는 걸까요?

'아니, 사진을 머리 아프게 고민할 거 없이 즐겁게 찍으면 안 되는 거야?'

'사진 찍는 방법만 알면 됐지, 디자인이니 구도니, 인문학이니, 기하학이니 하는 것들이 왜 필요해?'

'내가 대단한 예술작품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고, 촬영하고, 웃으며 지내는 게 좋아.‘

맞습니다. 사진은 누가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내가 좋아하지 않고서야, 그 누가 추운 날 언 손을 녹여가면서 사진을 찍을 것이며, 갯벌에 푹푹 빠져 가면서 장노출 사진을 찍는다고 덤빌 것이며, 어두운 새벽에 별 사진을 찍는다고 모기에게 피를 보시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경험들 없으신가요?

1. 매번 똑같은 사진에 대한 매너리즘을 느끼는 경우

2. 내 사진실력이 벽에 부딪혀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경우

3. 사진을 한다고 했는데, 돌아보니 사진술과 보정법에 치우쳐 있는 듯한 느낌

4. 남과 다른 또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

저는 이런 질문에서부터 제 사진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생각을 표현하고, 내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 사진이라고 할 때 과연 나는 지금에 만족할 수 있을까? 당연히 사진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 기술만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눈에 보이는 현상 말고 또 다른 무엇을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

구도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프레임에 만족할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사진이 흔들릴 수도 있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단시간에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것이나, 사진을 좀 더 쨍하게 만들어 주는 보정법들이, 내가 사진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에 다가가게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물론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잘 보정된 사진들이 예술작품으로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그런 사진도 노력과 창의성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진은 '관계와 소통'입니다.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나를 둘러 싼 세상과의 관계 등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한 소통의 방법으로 사진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사진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사진 기술과 보정법에 더해서, 사진디자인과 인문학, 사진의 상징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입니다.

참 지루합니다. 머리도 아프고요. 이 길이 맞는지 끊임없이 돌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반드시 변화가 있습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에요. 제가 사진디자인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음악과 철학에 대해서, 그리고 예술 사조와 시대성에 대해서 끊임 없이 말씀 드리는 이유입니다. 혼자 열심히 달려 나가는 것보다, 같이 손잡고 새로운 길을 걸어갔으면 하는 작은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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