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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산책 Jan 14. 2021

먹을 '식' 입 '구'

2020년 3월 7일의 기록

진짜 맛있게 음식을 먹는 방법은 가장 편안한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이다. 그래야 마음 편히 맛을 음미할 수도 있으며 미각이 주는 기쁨을 기쁨 그 자체로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끼리도 같이 밥을 먹기가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등교시간과 출근시간과 각자의 업무에 밀려, 한 집 안에서도 수저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는 오케스트라보다는 독주로 울려 퍼진다.

한자를 가만히 보면 그림이 그려진다. 갑골문의 ‘食’자는 음식물을 가득 담은 그릇의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중국문화와 한자, 2013, 역락). 그렇다면 '식구'는 음식을 가득 담은 그릇 앞에 모여 앉은 입, 즉 같이 밥 먹는 사람들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 그대의 식구는 누구였는가. 트림이 꺼억 나와도 방귀가 뿡 나와도 그리 불쾌하지 않게, 잔소리도 해가며 밥을 나눌 식구가 있는가.

무서운 바이러스가 나돌면서 위생에 대한 인식, 손을 깨끗이 씻는 문화가 생긴 것은 반갑다. 그러나 타인과 스치는 것조차 벌벌 떨고, 서로 문의 손잡이를 잡아 밀지 않으려 하는 불안과 옹졸함이 섞인 경계심을 볼 때면 우리 앞에 얼마나 많은 단절과 차단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맛있는 부위를 상대의 그릇에 놓아주면, 그것을 다시 반으로 쪼개어 나누어 먹기도 하고, 달그락 소리를 같이 내며 따끈하게 먹는 한 끼, '식구'가 그리운 시절이다.

20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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