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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金沢)엔 왜 가나요?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곳

by 김현욱

https://www.mk.co.kr/news/culture/10960287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으로서 코로나 이후,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졌다고 느낀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여행지는 도쿄,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삿포로, 오키나와 등이라고 한다.


일본의 중심지인 도쿄, 제2의 도시 오사카, 천년의 역사를 가진 고도 교토, 한국과 거리상 가까운 후쿠오카, 겨울철 설경이 아름다운 삿포로, 이국적 해변이 아름다운 오키나와. 나 역시 모두 가 본 적 있지만, 각기 매력적인 곳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위의 일본 광광지들을 섭렵한 일본 매니아라면, 어깨만 부딪혀도 한국인 관광객을 만나게 되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을 개척해 보고 싶은 기분도 들 것이다. 일본에 20년 가까이 살며 일본 각지를 여행해 본 내가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따로 있다. 바로 이시카와(石川) 현의 가나자와(金沢)다.

JR 가나자와역

가나자와는 1868년의 메이지유신 직후에는 일본 도시 중 에도(현재의 도쿄), 오사카, 교토에 이어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였다. 에도시대, 가나자와를 중심으로 한 가가(加賀)번은 100만 석(石)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석'이란 쌀 생산량을 나타내는 단위인데, 당시 백여 개가 넘는 주요한 번들 중에서 100만 석을 생산할 수 있는 번은 가가번 밖에 없었다. 그만큼 풍요로운 곡창지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가나자와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물류의 중심이 배에서 철도로 바뀐 것이다. 에도시대만 해도 물류의 중심은 뱃길이었기에 가나자와는 에도, 오사카 같은 경제권으로 번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메이지유신 이후 철도가 물류의 중심이 되면서 도쿄,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를 연결하는 루트가 가장 발전하게 되었다.


반면에 이들 지역과는 내륙부의 산맥으로 분리돼 있는 가나자와는 성장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현재 가나자와는 인구로 보면 일본에서 34번째로 큰 도시다. 네 번째에서 34번째로 전락하다니! 혹시 잘못 안 게 아닌가 싶어 확인해 봤지만, 34번째가 맞았다.


日本の市の人口順位 - Wikipedia


참고로 35위는 히로시마(広島)현의 후쿠야마(福山)시, 33위는 오카야마(岡山)현의 구라시키(倉敷)시다. 구라시키는 경관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오카야마현의 현청소재지는 오카야마시, 히로시마현의 현청 소재지는 히로시마시다. 가나자와는 나름 이시카와현의 현청 소재지임에도 불구하고, 지방도시 중에서도 2군급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의 대도시와 비교하면 가나자와는 작은 도시, 아니 직설적으로 말해서 '시골'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오키나와나 삿포로처럼 이국적인 기후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나자와에 여행을 가자, 부모님은 대체 가나자와에는 왜 가냐고 물으셨다.


그러고 보니 가나자와에는 꽤 자주 갔다.


2019년 8월

2022년 2월

2022년 9월

2023년 8월

2024년 4월

2024년 9월


매년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마다 가나자와를 찾았으니, 부모님이 그렇게 물으실 만도 하다.


대답하기 쉽지 않다. 내가 생각해도 굳이... 갈 필요가 있는 곳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도쿄에서의 생활에 지칠 때, 여행을 떠난다면 찾게 되는 곳은 가나자와였다. 멋진 도서관, 볼 만 한 미술관, 맛있는 음식... 결코 특별한 뭔가가 있지는 않지만, 가 보면 힐링이 되는 곳, 그곳이 가나자와다. 가나자와의 매력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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