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에서 진행한 자이언트 펭 이슬예나 pd 인터뷰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과 고민 타래들을 인터뷰의 일부와 함께 적어봅니다
#뉴미디어와_targeting
Q. <자이언트 펭 TV> 제작진의 연령대는 어떤가요
A. 제가 가장 많습니다. 1985년생이고, 다른 제작진은 모두 저와 나이가 같거나 어려요. 2030 세대인 제작진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만든 것에 같은 세대의 대중이 반응을 보인 것 같아요.
--> 제작자와 target의 일치. 뉴미디어에서 선방하고 있는 스브스 뉴스도 제작자로 20대가 활약함. 스브스의 타깃은 20대. 재미라는 거는 결국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제작자의 (유사한) 주변 사람들과 제작자가 재밌어하는 걸 만들게 되기 마련. 물론 재미를 만드는 건 능력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제작자와 target이 일치하는 집단. 다만 대중적인 code가 될 수 있는 건 시대정신과 통해야만 가능한 게 아닐까. 정확한 target이 아니더라도 target과 유사한 감정 코드를 공유한 사람들로 target이 일종의 동료효과를 통해서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볼만한 유인이 생기는 거. <히트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관련 있어 보임.
target은 기존 시장에서는 상품 판매, 유통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으로 고려하던 것. 다만 미디어 영역에서는 대중의 호명이 더 잦았기 때문에 target이라는 말이 어색했지만 사실상 언제나 존재했음. 뉴미디어에서 target이 중요한 주제로 대두되었지만 사실 이전 레거시 미디어에서도 분명히 target은 있어왔음. 시청률에서도 30대 여성, 50대 남성과 같이 특정 연령대와 성별을 통해서 어렴풋이 target은 존재했다. 하지만 뉴미디어에서는 일종의 target segmentation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게 더 구체화됐다.
이제는 취향이 세분화되었고 target의 취향을 저격하는 niche market이 커짐. 다만 펭수나 동백꽃 등 여전한 히트 상품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건 "대중이 죽지는 않는다". 여전히 대중은 존재하고 완전히 target이 아니더라도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 방송사에서는 의미적으로나 시장적으로나 mass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대중을 공략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임.
target 기반의 변화는 구독 경제나 digital transformation과 관련 깊어 보임. 이러한 커다란 흐름에 미디어라는 더 구체적인 영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거시와 미시 동시에 보기.
++ target을 구분하는데 연령대, 젠더와 같은 딱딱한 기준이 적합하지 않다고 느낀다. 물론 분명 어느 정도 그러한 기준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이상적인 persona가 있기는 하지만.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
#대중적_확장이_가능한_콘텐츠
Q. <자이언트 펭 TV>의 최초 타깃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었잖아요. 그런데 2030 세대 직장인 사이에 거대한 팬덤이 생겼네요.
A. 저와 제작진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해요. 우리가 봐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였거든요. 고학년 이상의 시청자가 재미를 느끼는 코드는 성인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본 거죠. 대신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했어요. 선정성, 폭력성이 없게요. <자이언트 펭 TV> 유튜브 구독자가 2만 명도 되지 않았을 때 팬 사인회를 열었어요. 제작진은 펭수가 사인회장에 덩그러니 있게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이 모였더라고요.
--> 최초 타깃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실제로 응답한 건 2030 세대 직장인.
궁금한 건
(1) 어떻게 2030 세대가 보게 됐을까 (유입 전략, 유통전략)
(2) 과연 고학년 이상의 시청자의 재미 코드와 성인코드가 다르지 않을까?
그보다는 lead group이 있고 follow group이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지 않을까. 레거시에서 2040 시청률이 중요하듯이,,
생각을 건드린 건
(1) "선정성, 폭력성이 없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한다. selling point가 된 거 같다. (시대가 변했다!)
작년 미투를 기점으로 한국사회에는 분명히 변화가 있었다. 스스로 페미라고 정체화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지만 공통적으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걸 문제라고 느끼는 감각은 증가했다. 리틀 포레스트나 삼시세끼 등 힐링 예능의 트렌드만 봐도, 서점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 있는 거만 봐도 무해함은 꽤나 커다란 코드가 되었다.
자기 입으로 '나는 무해한 걸 좋아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설령 그렇게 발화하지 않더라도 '해를 입히면 싫다'는 must not은 생겼다. 즉, 무해함이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우선순위는 아닐지라도 무조건적으로 피해야 하는 것, 일종의 risk가 됐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렇게 느끼는 집단들이 꽤나 커다란 수로 자리 잡았다. 올해 한국 드라마도 이런 트렌드를 잘 탔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남자 캐릭터들은 마냥 깡패 같거나 강압적이지만 매력적인 나쁜 남자이지는 않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상이 변화해 가는 중!
(2) 어떤 콘텐츠가 대중적으로 확장 가능한가
내게 2030 직장인이 응답한 건 정말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펭수는 언뜻 봐도 꼰대를 싫어하고 싫으면 싫다고 표현하는 친구. 실제로 펭수가 터진 거도 꼰대 선배들을 만나서 아니었는가. 물론 그전에 쌓아온 펭수의 identity가 기여해서 가능했던 거지만...
다만 target을 넘어선 사람들이 보고 열광한다는 건
(1) 시대정신 -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지만 불러지지 않았던 욕망
(2) risk가 적은 것. 선정성, 폭력성이 없다는 건 대중적으로 이게 공유될 수 있는 거라는 의미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대중적으로 공유되었을 때 자신에게 해가 될 게 없다. 남들에게 나 이거 좋아해라고 말했을 때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거는 중요하다. 입소문은 항상 중요하기 때문에 내세워질 수 있는 것, 공유될 수 있는 것은 콘텐츠의 힘을 좌우한다.
(3) 한국의 팬덤 문화
한국은 팬덤으로 문화산업이 굴러간다. 다른 나라도 그럴 수 있음ㅎ 다른 나라는 해외시장 진출할 때 생각하고,, 일단 한국에서 대중적인 코드를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팬덤'을 만들지?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콘텐츠와_구독자의_관계
Q. 펭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나면 괜히 더 씩씩하게 살게 돼요. 하지만 <자이언트 펭 TV>는 교육적 메시지를 표면에 드러내지 않더군요.
A. 첫 에피소드를 만들고 편집할 때, 자기 검열을 해봤어요. EBS를 보는 어머니들이 ‘그래서 교훈이 어디 있냐? 교육적인 메시지는 무엇이냐?’고 물을 것 같더라고요. 물론 교육적인 메시지나 선한 메시지는 중요하죠. 그러나 많은 분들이 프로그램을 시청해야 비로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보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어요. 무엇보다 누가 어떤 태도로 말하는지가 중요했어요. 좋은 메시지일수록 콘텐츠 소비자들과 유대감이 있는 누군가가 이야기해야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펭수를 그런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전파할 메시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친근하고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콘텐츠 소비자와 콘텐츠는 결국 '관계'를 맺는다. 어떤 감정으로 관계를 맺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질문에서 보고 나면 씩씩해진다는 코멘트도 주목해보면 새롭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만남을 갖고 나면 상대의 태도와 눈빛 등이 내게도 조금 묻는 경험을 다들 한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콘텐츠도 결국 그런 걸 해내는 것. 우리는 결국 상대를 통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엘르에서 진행한 이슬예나 pd 인터뷰를 발췌해서 작성..! 아래 링크~.~
https://www.elle.co.kr/article/43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