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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글자부부 Apr 24. 2021

서울에서 2평 정원을 가졌다. (1)

정원 : 더 비기닝


마당 공사를 했다.


단독주택 구입기를 쓰고 이어서 쓰는 글이 마당 공사 글이라니 너무 뜬금없긴 하지만 집 공사에 대한 글은 천천히 이후에 이어가기로 한다.


이 집을 처음 공사할 때 가장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2평 남짓한 마당이었다. 사실 원래는 마당이 아니었다. 이 공간은 전주인이 화장실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철거공사 중인 마당 (화장실로 쓰였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원래는 실외가 되어야 하는 공간이지만 임의로 천장을 덮어서 실내 화장실로 사용중이었다. 우리를 가장 들뜨게 한 부분은 이 곳을 작은 마당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였다. 안그래도 좁은 땅인데 2평이라도 더 붙여서 실내 공간으로 써야하는거 아닌가 싶지만 법적으로 이 공간은 실내가 되면 안되었다. 실내로 만들 수 없었지만 아쉽지 않았다. '안그래도 좁은 집'이기 때문에 더욱 외부와 연결된 베란다 개념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사진으로는 제대로 안보이지만 바닥이 꽤 굴곡져있었다.

바닥에는 언제부터 이 집에 깔려있었는지 감도 안오는 주황색의 오래된 타일이 붙어있었다. 처음엔 이 타일을 살릴까도 생각했는데 깨진 부분도 많았고 그 부분들을 방수재로 덕지덕지 떼우다보니 도저히 살릴 수가 없었다. 일단 공간을 생성하긴 했지만 공사 일정에 치여 이 공간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볼 여력도 없이 일단은 자갈로 채워버렸었다. 왜 자갈이었냐 하면 여기저기를 떼운 바닥을 적당히 가려줄 수 있는 재료였다. 그리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배수가 잘 될거라는 믿음, 더불어 예쁨 때문이었다.  


꿀떡 정도 사이즈 자갈을 항공마대 반마대 정도 쏟아부어 작은 마당을 채우고 로망이었던 대나무를 한 켠에 놓고 몇 개월을 보냈다. 어디서나 잘 자라고 푸르른줄 알았던 대나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렇게 변했고 산림청에까지 수소문해본 결과 대나무는 화분에서 잘 자라기 힘들다고 했다. 그저 식물에 대해 무지하고 양재 꽃시장 사장님들을 너무나 믿은 탓으로 결국 올 봄, 대나무를 보내주고 말았다.

사실 쌓여있는 엄청난 양의 자갈도 문제였다. 햇빛을 받는 상단의 자갈은 멀쩡했지만 안쪽에 묻혀있는 자갈은 순환이 안되어 습기가 누적될 수 밖에 없었다. 늦여름-가을-겨울을 겪으며 저 아래서 눅눅해진 자갈들은 손으로 꽉 누르면 바스러질 정도였다.


뭔가 조치를 취할 때였다. 작은 마당은 우리가 집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라고 말하는 공간이었다. 창을 최소화해서 비교적 어두운 1층과는 반대로 2층은 마당과 그를 보여주는 통창 덕분에 채광이 놀라울 정도로 잘되는 공간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마당은 집에 오는 손님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이 작은 집에 마당을 만들었다고? 라는 식의 약간의 기겁인 것 같기도 하다.) 부분이기도 했다.


처음에 생각한건 미장공사를 해서 경사를 이루고 있던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콩자갈이든 타일이든 깔고 작은 의자라도 갖다놔서 이따금씩 티타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했다. 실제로 작년 12월 31일엔 어떻게든 마당에서 뭐라도 해먹어보겠다고 엉덩이 배기는 자갈 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만둣국을 해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집의 단점 중에 하나가 예전에 지어진 단독주택이라 양 옆집과 여유없이 거의 딱 붙어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우리의 왼쪽 집 3층에 사는 2층 주인부부네 10대 자녀들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게 마당에선 아주 잘 느껴진다. 굳이 쳐다봐서 아이컨택을 하게되는 어색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한번도 제대로 쳐다본 적은 없지만 남매들 또한 우리가 마당에서 낑낑거리며 화분을 옮기고 떨어진 대나무 잎을 줍는 등의 용쓰는 모습을 다 봤을 것이다. 만둣국을 먹으면서도 느꼈지만 편하게 얘기하며 늘어져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지는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관상용 마당을 만드는 방법이 있었다.


이 작은 마당을 가진 집에서 몇 개월간 재택근무를 하며 느낀 점이 통창으로 보여지는 마당공간, 그리고 윗쪽에 살짝 보이는 하늘이 매일매일 변하는 액자같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나가는 일보다는 설거지를 하며, 일하다가 이따금씩 날씨를 체크하고 눈을 쉬게 하기 위해 안에서 바라보는 일이 더 잦았다. 우리의 생활패턴, 외부환경, 그리고 마당의 사이즈를 고려하면 관상용 마당이 더 적합하긴 했다.


처음에 생각한 방식으로 한다치면 직접 방수 작업자를 알아보고 자재선정을 해서 공사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생각한 관상용 마당을 만들게 되면 우리가 직접 하긴 힘들었다. 어떻게든 할 수는 있겠지만 돈은 돈대로 쓰고 결과물은 안나오는 가장 억울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 2평짜리 마당이라도 섬세하게 고민해주실 전문가분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분들'을 만났다.


우리에게 그림을 선물해주신 '그 분들'과 본격적인 마당공사의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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