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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Mar 11. 2022

여기서울, 149쪽

독립책방, 도시재생, 커뮤니티 디자인

우리 동네는 개발 전의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몇년 전엔가 중림동, 청파동, 회현동 등에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인가로 아름다운 공간과 건물을 지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각각 카페, 책방, 공연공간 등 다양한 용도로 꾸며졌다고. 

바야흐로 디자인과 비주얼이 대세인 시대라 이런 도시개발도 활발해지는 것 같다. 특히 천편일률적인 신도시 느낌의 동네보다도 구불구불한 길 사이 낡은 동네에 하나씩 개성있고 세련된 공간들이 들어서는 것은 볼 때마다 기분 전환이 되고 신선하다. 이런 동네엔 오랜 시간 속에 쌓여온 특유의 풍미와 편안함, 그리고 소박함이 있다. 그 사이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된다.

나도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최근 도시개발이나 디자인 이야기에 항상 눈이 가는데 정작 우리 동네의 프로젝트 공간은 가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햇빛 좋고 한가로운 휴일에 가까운 중림동 중림창고에 가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뭔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봤던 거 같은데 그 사이 이곳은 개성있는 독립책방으로 바뀌어 있었다. 책방과 상점, 그리고 동네 오래된 옷수선집이 함께 들어선 독특한 건물. 성요셉아파트 옆 비탈길에 위치한 이 곳은 동네 자체가 매우 재미나다. 너무나 오래된 무너져가는 듯한 작은 건물들이 꼬깃꼬깃 늘어서 있는 가운데 서울 최초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성요셉아파트 건물이며, 고개를 슬쩍 넘어가면 갑자기 깔끔하고 큼직한 중림사회복지관이 나타나는 등. 가깝지만 이 골목까진 왜인지 와본 적이 없었다. 





여기서울, 149쪽. 149번지인걸까?

두 개의 건물이 이어져 있고 책방도 두 곳에 나누어져 있다. 꼭 책이 많은 친구네 집에 온 것처럼 아늑한 느낌.

서가는 분야별로 나눠져 있는데 생각보다 보고 싶은 책들이 많았다. 

작은 독립책방들은 이런 아름다움이 좋다. 또 취향에 맞는 책들만 쏙 모아놓은 것도 좋다.

왼쪽 건물 2층에는 작은 의자가 놓여 있고 재미있게도 타자기가 비치돼 있었다. 이 얼마만인지. 

신기해서 쳐보았는데 정확하게 잘 인쇄되지는 않았지만 그 특유의 탁,탁 소리와 느낌이 참 좋았다.




낡고 오래된 동네 속에 갑자기 뻥 하고 등장하는 이런 공간의 즐거움.

다음 주말에 또 슬슬 걸어서 와봐야겠구나, 했다. 동네에 하나 있는것만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는 이런 공간들이 늘어나야 한다.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것은 이런게 아닐까. 거기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공간을 설계하고 배치하는 것.

마침 디자인 코너에 그런 책이 많아서 한 권을 샀다. 저자는 일본의 디자인 전공 교수였다. (교토대였다..)

흥미롭고, 너무나 해보고 싶은 분야다. 그런데 참으로 막연하다.

건축과 디자인이 직접적인 관련분야인 것은 알겠지만 분명 도시와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에는 인문, 사회학적인 요소도 많을 텐데- 평범하기 그지없는 문과생이지만 그런 쪽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그간 홍대, 북촌처럼 큰 동네에 작게 들어선 가게 단위의 책방들만 갔었는데 오늘의 책방은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또다른 재미있는 느낌을 주었다. 인간미가 점점 사라져가는 어두운 시대라고 하지만 한쪽에서는 반대의 움직임도 분명 활발하게 생동감있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약간의 희망을 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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