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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Apr 06. 2019

그냥 보내기 아쉬운 하루

휴가의 끝에서


아침 기상 시간이 조금 늦을 뿐 어쩌면 일을 할 때보다 쉬고 있을 때 더 바쁘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장 많이 한건 아마도 멍 때리는 시간이었을 거지만 그런 시간들도 좋았다. 어제까지 그냥 흘려보냈을 하루는 왠지 오늘만큼은 이대로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무작정 집밖을 나섰다. 표현이 지나치지만 마치 죽음을 하루 앞둔 사람처럼 나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서점에 들러 책구경도 하고, 행복한 모자(母子)의 사진 배경이 되기도 했다. 무인양품에서 적당한 크기의 스템플러를 사서 소비 욕구도 충족하고, 아파트를 지나다 열린 동네 장터에서 뻥튀기도 하나 집었다. 서늘한 기운 속에서 먹는 오뎅이 아마 마지막일 것 같아 가던 길을 멈추고 분식집 앞에 서서 허기를 채웠다. 음식 냄새가 나는 걸 싫어해 섬유 탈취제를 달고 다니다시피 하지만 어쩐지 이 오뎅 국물 냄새는 내일 아침에도 맡고 싶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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