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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May 04. 2019

오월의 대화



- 나이가 들었다고 느낄 때가 언제예요?

- 하루 중 가장 행복할 때는요?


따뜻한 봄볕이 마술을 부린 걸까. 어쩐지 요즘 나는 낯간지러운 질문을 자꾸만 한다. 그 대상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직장 동료이다. 업무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밥도 같이 먹고 매일 산책도 함께 하다 보니 하루 종일 가장 많이 만나고 대화를 하는 사람이었다.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은데 이런 질문을 하는 내가 조금 낯설기도 하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내 이야기도 꺼낼 수 있어야 한다. 내 이야기라는 것이 나의 신상이나 단순히 과거의 경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 깊숙한 곳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너무 얕지 않은 나의 이야기라면 둘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믿고 있다. 나를 아는 사람 앞에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웠던 나는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을 만나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책이나 휴대폰을 보고 있을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 저는 달달한 아이스 라떼 마실 때요.


다이어트 중인 동료는 좋아하는 커피를 일주일에 한 번만 마시기로 결심한 이후, 그 한 잔을 마시는 날은 아침부터 행복하다 한다. 그리고 마침내 라떼를 한 모금 들이킬때는 세상 행복하다고.

돈을 벌기 위해 나온 일터에서 딱딱한 일 얘기만 하지 않고, 이런 낯간지러운 대화를 한다는 게 불현듯 감사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토록 눈부신 오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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