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감자 삶는 냄새가 났다. 엄마는 따뜻할 때 먹어야 한다며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감자 몇 개를 설탕과 함께 양은그릇에 담아 내오셨다.
- 엄마 미원 넣었어?
- 응, 왜?
- 미원 몸에 안 좋잖아.
- 뭐 조금 넣었는데 탈 나려고.
- 하긴 미원 넣은 게 백배는 맛있지.
특별한 어떤 날보다 평범했던 일상의 풍경이나 대화가 더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요즘에는,
뜨거운 감자 호호 불어가며 설탕에 찍어 먹던 여름의 어떤 날이 자꾸만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