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재소녀 Feb 09. 2023

임신 전에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한다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말이 점점 더 간절해지고 있다. 그 계기는 결혼 이후 출퇴근 지하철 때문이다. 회사 생활은 이미 8년 차다. 출퇴근 지옥철은 이제는 뭐 당연한 것인데 결혼을 하고 나니 시선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임산부 배지를 차고 출퇴근 지하철에 타는 사람들. 그들을 보면서 나를 대입시킬 수밖에 없다. 나도 임신하고 나면 임산부 배지를 차고 지하철에 타게 되겠지. 그걸 상상하니 집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출퇴근을 하고 싶지 않아 졌다.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출퇴근이 없는 일을 '해야겠다'로 바뀌었다.


출퇴근 지하철 사람들은 자비가 없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일단 앉아야 하고 서있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누군가가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양보할 수 없다. 출근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한 두 개 지하철을 보내도 무방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 그래서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힘들다. 


발을 밟는 거는 당연한 거고 (그래서 흰색 신발은 절대 신을 수 없다.) 가방으로 머리 치이기, 팔꿈치로 밀리기, 뭔지 모를 사물에 머리 맞기 등등.. 말로 다 열거할 수도 없다. 중요한 건 이때 사과가 없다는 것. 왜냐하면 출퇴근 지옥철에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과하려면 사과하다가 출퇴근 시간이 끝날 수도 있다. 


임신하고 나서 그 지옥철을 탄다? 나는 못하겠다. 남편은 회사 셔틀이 있어 출퇴근 지옥철 이야기에 크게 공감을 못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출장 갔다 돌아오는 길에 퇴근 시간 대 지하철을 타게 되었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임신하고 나서는 절대 그렇게 못 다닐 것이라고도... 


임산부 자리가 비어있든 안 비어있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자리의 유무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임신했다고 해서 지옥철의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단 시간에 부자가 되지 못할지언정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홀몸도 아닌 상태로 출퇴근 지옥철을 이동하는 것은 못할 짓이다. 


목표가 생겼다. 임신 전에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 최소한 집에서 일해도 될 정도의 상황을 만들어 놓는 것.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임신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발자 채용.. 어렵다 어려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