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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환 May 09. 2018

기차 레인 밑에서 발효한 라거, 캠든 타운 브루어리

영국 런던 캠든 타운 브루어리 (Camden Town Brewery)

 영국 런던 캠든(Camden)은 하루 쉬고 싶을 때 가기 좋은 곳이다. 주말에 늦잠을 자고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캠든 마켓(Camden Market)으로 가서 맛있는 스트리트 푸드를 먹는다. 배가 부르고 푸드 코마가 올 때쯤 프림로즈 힐(Primrose Hill)에 올라가 잔디밭에서 낮잠을 자거나, 바빠서 읽지 못했던 책을 읽거나, 탁 트인 런던 배경을 바라보며 나른한 오후를 보낸다. 그렇게 쉬면서 하루를 보내다 근처에 있는 캠든 타운 브루어리(Camden Town Brewery)에가서 라거 맥주 한 잔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몸안에 축적되어 있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역시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맥주가 빠지면 안 되는 거 같다. 왠지 모르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좋다.

캠든 타운 브루어리의 대표적인 맥주 캠든 헬스 라거!

 영국 런던에 있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라고 하면 대부분 영국 사람이 설립한 회사라고 생각하겠지만 캠든 타운 브루어리의 설립자는 호주 사람이다. 캠든 타운 브루어리는 호주인 Jasper Cuppaidge가 2010년 영국 런던 캠든에 설립한 브루어리이다. 그는 호주에서 McLaughlin’s 맥주 양조장을 운영했던 Laurie McLaughlin의 손자로 캠든 타운 브루어리를 창업하기 전까지는 런던에서 Horseshoe 펍을 운영했었다. 펍을 운영할 당시 할아버지의 레시피로 만든 맥주와 홈브루잉 맥주를 주변 지인들과 손님들이 좋아하자 2009년에 펍을 매각하고 브루어리 창업 계획을 시작한다. 2010년 캔티쉬 타운 (Kentish Town) 역 아래에 캠든 타운 브루어리를 오픈한다. 6년 후, 2015년에 캠든 타운 브루어리는 세계 최대 글로벌 맥주 회사인 Anheuser-Busch Inbev가 85만 파운드 금액 (현재 환율 기준 약 1300억)에 캠든 타운 브루어리를 인수한다 (당시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하기 전이라 환율이 지금처럼 낮지 않아서 아마 당시에는 더 큰 금액이었을 것이다). 캠든 타운 브루어리는 2017년에 런던 안필드(Enfield) 지역에 두 번째 양조장을 건설하여 생산량을 늘리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요즘은 대형 마트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영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맥주가 되었다. 역시 대기업의 파워가 세다는 게 느껴진다. 심지어 런던 지하철역에서도 캠든 브루어리의 광고를 볼 수 있다.

런던 킹스 크로스 지하철 역에서  볼 수 있었던 캠든 타운 브루어리의 광고

 캠든 타운 브루어리는 런던 중심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여행객들이 방문하기 매우 쉬운 곳이다. 지하철 노던 라인 (Northern Line)을 타고 캔티쉬 타운(Kentish Town) 역에서 하차 후 10분 정도 걸어가면 캠든 타운 브루어리가 나온다. 놀랍게도 캠든 타운 브루어리는 캔티쉬 타운 기차역 바로 밑에 지어졌다. 브루어리와 탭룸이 기차역 바로 밑에 지어졌고 기차 레인 바로 밑에 큰 발효조 6개를 설치했다. 기차 레인 밑에서 발효시킨 맥주라? 여태껏 보지 못했던 브루어리 디자인이라... 매우 신선했다. 사실 처음부터 저렇게 큰 발효조를 6개다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발효조 몇 개만 설치하였고 사업을 확장해 나감에 따라 발효조 개수를 늘렸다고 한다. 솔직히 처음 멀리서 큰 발효조 6개를 봤을 때 뭔가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뭔가 공업단지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탭룸과 주변에 잘 꾸며 놓은 캠든 브루어리 분위기기가 오히려 발효조 6개랑 의외로 잘 어울려 '도심 속 양조장'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캠든 타운 브루어리의 발효조와 캐그
캠든 타운 브루어리의 대표 맥주 캠든 헬스 라거 1/2 pint

 캠든 타운 브루어리를 구경하고 싶었기에 브루어리 투어를 사전에 미리 신청했다. 투어 비용은 15파운드(현재 환율 기준 약 23000원)이다. 브루어리 투어는 보통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에 진행된다. 목요일과 금요일 투어 시간은 18:30pm이며 토요일은 13:00pm와 15:00pm에 진행된다. 투어 당일날 투어 시작 시간에 딱 맞추어 가는 것보다 여유롭게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기에 좀 일찍 출발했더니 약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20분이면 1/2 pint 한 잔 마시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브루어리 투어를 기다리면서 마실 캠든 타운의 대표 맥주인 캠든 헬스 라거(Camden Hells Lager)를 주문했다. 대부분의 크래프트 맥주 회사가 페일 에일, IPA, 밀맥주, 스타우트에 치중해서 맥주 라인업을 구성하지만, 캠든 브루어리는 신기하게도 대표 맥주가 라거 맥주이고 다양한 라거 맥주를 만들고 있다. 다양한 크래프트 라거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캠든 타운 브루어리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대표적인 라거 브랜드인 칼링(Carling)과 포스터(Fosters)를 마시는 게 지루하다면 캠든 타운 브루어리를 방문해서 크래프트 라거를 한 번 맛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뭐 이제 더 이상 크래프트 라거는 아니지만...). 캠든 헬스 라거는 헬레스 스타일과 필스너 스타일을 혼합한 특징을 가진 라거 맥주라고 캠든 브루어리에서는 소개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일 필스너 같은 느낌이었다. 도수는 4.6% ABV이며 IBU는 29이다. 야외에서 마실 때 가장 아름다운 라거 색깔인 황금색을 가진 라거 맥주였다. 곡물 맛이 주로 느껴지며 부드러운 하얀 거품 그리고 라이트한 쓴맛이 느껴지는 맥주였다. 청량감이 있고 드라이한 맥주였다.

 그렇게 캠든 헬스 라거 1/2 pint를 한 잔 마시니 브루어리 투어 시간이 다가왔다. 브루어리 투어는 약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되며 캠든 타운 브루어리에 대한 간략한 소개, 맥주 재료, 맥주 제조 과정 및 브루어리 투어, 그리고 마지막에 테이스팅 세션으로 구성되어있다. 개인적으로 캠든 타운 브루어리 투어가 좋았던 점은 투어 시작할 때 세이프티 안경(Safety glasses)를 나누어 주었다는 점이다. 양조장은 생각보다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안전을 항상 신경써야 한다. 세이프티 안경을 나누어준 캠든 타운 브루어리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캠든의 대표 맥주인 헬스 라거 맥주 한 캔 씩 나누어 주어서 투어를 하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뭔가 투어를 할 때 맥주를 마시면서 하면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더 쉽고 편안한 마음으로 투어를 할 수 있는거 같다. 나누어준 캠든 헬스 라거 한 캔을 다 마실쯤 투어 가이드가 센스 있게 캠든 페일 에일(Camden Pale Ale) 맥주 한 캔을 나누어 주었다. 역시 브루어리 투어에 맥주가 끊기면 안 된다. 양조장을 둘러볼 때만 330ml 캔맥주 두 개를 마셨다. 짧은 시간 안에 맥주 두 캔을 마시는거라 생각보다 빨리 취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양조장에서 맥주를 마시니 기분상 더 맛있게 느껴졌다. 투어가 끝나면 양조장 바로 옆에 있는 탭룸으로 가서 캠든 브루어리 맥주를 테이스팅 했다. 사실 캠든 타운 브루어리를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마지막 테이스팅 세션에 있다. 보통 브루어리 투어를 가면 큰 계량컵에 맥주를 한 번에 따라서 손님들에게 갔다 주면서 맥주 설명을 구두로 간단히 설명해준다. 맥주잔도 하나씩만 나누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매번 맥주를 다 마시고 다음 맥주 따르기 전에 물로 헹궈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캠든 타운 브루어리는 셈플러 잔에 5가지 맥주를 한 번에 준비해주었고 각 맥주 스타일과 특징이 적힌 테이스팅 카드를 제공해줘 더 편하게 테이스팅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작은 디테일이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테이스팅 세션 때는 총 5가지의 맥주를 시음했다.

1. 여과하지 않은 캠든 헬스 라거(Unfiltered Camden Hells Lager) -  캠든 헬스 라거를 여과하지 않아 탁하며 색깔이 더 진한것이 특징이며 도수와 IBU 모두 캠든 헬스 라거랑 같다. 좀 더 몰티한 느낌이 강했고 바디감이 더 느껴졌다. 헬스 라거에 비해 에프터 테이스트가 깔끔하지 않고 좀 입안에서 맛이 더 느껴지는 맥주였다.

2. 캠든 필스 라거 (Camden Pils Lager) - 도수는 4.6%이고 IBU는 34이다. 헬스 라거에 비해 더 드라이하고 호피한 라거였다. 솔향과 아주 살짝 오렌지 향이 느껴지는 라거 맥주였다.

3. 캠든 젠틀맨 윗 (Camden Gentlemen's Wit) - 도수가 4.3%이고 IBU는 14였다. 벨지안 스타일 밀맥주로 아름다운 노란색 외관과 아주 탁했던 맥주였다. 바나나, 향신료, 레몬향이 느껴졌다.

4. 캠든 오픈 데이 안필드 (Camden Open Day Enfiled) -  핵과류 과일 계열의 향 약간 느껴지는 엠버색 맥주였다.

5. 캠든 잉크 스타우트(Camden Ink Stout) - 도수는 4.4%이고 IBU는 55였다. 로스트 커피 향과 다크 초콜릿의 풍미와 향이 강하게 느껴졌던 맥주였다.

캠든 타운 브루어리(Camden Town Brewery) 테이스팅 세션
캠든 타운 브루어리 시즈널 맥주 스트로베리 헬스 포에버 (Strawberry Hells Forever)

 브루어리 투어가 끝난 후, 집에 가기 뭔가 아쉽고 한 잔 더 마시고 싶어서 독특한 맥주나 시즈널 맥주는 없을까 탭룸을 기웃거렸다. 당시 투어를 진행했던 투어 가이드가 시즈널 맥주로 나온 스트로베리 헬스 포에버 (Strawberry Hells Forever) 맥주를 추천해줬다. 딸기를 넣은 라거 맥주? 우선 딸기를 넣은 맥주는 처음 들어봤고 마셔보지도 못했고 딸기랑 과연 라거 맥주가 잘 어울릴까 라는 생각을 했다. 딸기와 라거의 조합이라....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독특한 맥주이고 시즈널 맥주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아니면 나중에 마셔보기는 어려울 거 같아서 냉큼 구매해서 마셔보았다. 스트로베리 헬스 포에버 맥주는 딸기를 넣어서 라거 맥주이다. 도수는 4.6% 이며 IBU는 20이다. 6월에 딸기가 익을 때 딸기 농장에 가서 직접 딸기를 수확한 후 양조 과정에 딸기를 넣어 만든 맥주라고 한다. 캠든 타운 브루어리 웹사이트 가면 딸기 농장에 방문했던 후기를 읽을 수 있다. 총 156명이나 되는 직원과 지인들이 영국 에식스(Essex)에 위치한 Cammas Hall 농장의 딸기 밭에 가서 총 300kg의 딸기를 수확했다고 한다. 딸기 농장에서 직원들이 직접 손으로 수확한 딸기를 퓌레처럼 만들어 보일링 과정에 넣어 만든 라거 맥주이다. 스트로베리 헬스 포에버는 강하지는 않지만 딸기향이 은은하게 나고 쓴맛이 아주 적은 라거였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딸기 향, 잼, 빨간색 베리류 과일, 곡물향이 났다. 맛은 딸기맛이 아주 은은하게 나며, 약간의 신맛, 단맛, 쓴맛이 생각보다 잘 어우러지는 맥주였다. 매우 신선한 과일?을 액체 형태로 마시는 느낌이 들었고 바디감은 미디엄 마이너스 정도였다. 딸기의 신맛과 단맛이 너무 강하지도 않고 은은하게 딸기향을 느낄수 있어 쉽게 마실 수 있는 라거 맥주였다. 만약 딸기향과 맛이 강했다면 한 잔 마시고 그 이상 마시고 싶지 않았을거 같다. 딱 날씨가 따뜻한 8월 영국의 어느 날 오후에 더위를 식힐 겸 마시기 좋은 맥주였다.


 필자가 캠든 타운 브루어리를 갔을 때는 이상하게도 매우 날씨가 더웠던 8월 영국의 어느 날이었다. 더위를 식힐 겸 캠든 타운 브루어리에서 딱 시원하고 청량한 라거 맥주를 마시기에 딱 좋았을 때다. 8월에 영국 런던을 방문한다면 캠든 헬스 라거나 스트로베리 헬스 포에버를 한 잔 마시면서 더위를 날리는 것도 영국 여행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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