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원더 May 08. 2024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실패는 아니니까

1년 전쯤 유튜브에서 드로우앤드류와 김미경 대표님의 그린룸토크 영상을 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g3YdIz6dag


여기서 김미경 대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커리어는 마치 물 같거든요.
잔잔한 강 같은 물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내린천일 수도 있어요.
엄청난 위기를 맞아서 바위를 만났다가 바다도 갔다가 시냇물처럼 흐르다가.
커리어가 늘 잘 나가는 게 아니거든요.

저는 처음 이 말을 만나고,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여전히 내가 자꾸 발밑만 보며 좌절할 적마다, 이 말을 자주 떠올리며 힘을 내봅니다.


자영업을 시작한 초반 몇 달은 하루하루 포스기로 매출만 들여다보며 한숨 쉬기 일쑤였습니다. 30분마다 매출을 체크하며, 왜 오늘은 장사가 잘 안 되나 걱정이 앞섰죠. 그날의 날씨, 지역 행사, 시험기간, 이벤트, 방학 시즌 등의 외부 요소는 고려하지 못한 채요.


당장의 매출만 바라보면,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실패로 이어질까 하는 불안감에 잠식되기 쉽습니다. 당장의 불안을 지우려고 인스타그램에 매일 게시글도 올리고, 매장 내 인테리어 소품도 바꿔보고, 제품 개발도 잠을 잊어가며 하고, 모든 걸 쫓기듯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 우리는 계단식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코앞만 보고 가다 보면, 일의 의미를 잊곤 합니다. 한 발만 뒤에 서서 큰 그림을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의 매출보다는 ‘흐름’을 보는 게 더 중요한데 말이죠. 단골의 비중이 늘어가는지, 신규 고객의 유입이 많은지, 우리는 어떤 가치를 담은 제품을 팔고 싶은지, 어떤 고객층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할지를 신경 쓰면서요.


게다가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일은 공간 사업에 대한 감각을 기르는 데도 도움을 줬는데요. 요식업을 운영하는 일은 단순히 먹는 제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매일 체감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들어가는 문, 입구, 조명, 음악(음량 포함), 접객, 인테리어, 의자와 테이블, 메뉴판, 쇼케이스, 맛있어 ‘보이는’ 진열, 웨이팅 동선, 브랜딩, 마케팅, 매장 위치, 매장을 방문하는 다른 손님들의 취향 등.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믹스되어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는 걸요. 이렇듯 일이 잘 되려면 ‘큰 그림’을 가지고 부족한 퍼즐을 하나씩 채워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미경 대표는 영상에서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돈을 벌지?’라고 생각하면
돈을 버는 걸로 정평이 난 직업은 몇 가지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만약 세상이 불편해하는 걸 어떻게 편리하게 해 줄까?
내가 세상에 어떻게 기여하지?
내가 사람들을 돕는다는 개념으로 일에 대해 생각해 봐요.
돕다보면 내 도움의 경지가 높아지니까, 돈을 엄청 벌 수 있죠.


그녀는 매일 아침마다 내가 원하는 일은 어떤 건지, 1-2년 뒤 어떤 모습이 가장 가치 있을까를 질문한다고 합니다. ‘일’에서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으로 직결되는 게 아닌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결국 잘 먹고사는 법을 건강하게 고민하다 보면, 성장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당장이 위기인 것처럼 보여도, 나의 쓸모를 의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게 중요하겠죠.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이 아니듯,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실패도 아니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세세한 목표는 지워버린 신년 계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