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딜 봐도 털북숭이들이라 너무너무 귀엽고 하찮다,,,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브런치, 항상 해야지 해야지 해놓고선 또 이년이나 지났다,,
이건 체력도 문제지만 의지의 문제인 것 같다.
결혼한 지 벌써 2년, 그 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두 마리의 고양이에서 다섯 마리가 되었다는 거.
예전엔 두 마리인 아가들을 어딨는지 찾아다니고- 이름도 열심히 불렀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어딜 봐도 복닥 복닥 하게 털북숭이들이 있으니까!
그냥 너무 귀엽다, 상상만으로도 귀엽지 않은가,,,,,,,,귀엽고 하찮다,,,
여전히 잘 크고 있는 첫째 아들, 심바.
여전히 아빠 바라기이고- 여전히 애교도 많다.
침실을 개방했더니, 이젠 아예 같이 잔다.
눈뜨면 함께 자고 있다는 게 너무너무 행복해질 때가, 위안으로 와닿을 때가 있다. 귀여운 것.
우리 집 셋째이자, 첫째 딸인 철용이.
파주에 가족모임으로 놀러 갔던 날이었나- 유독 유기묘 페이지를 펼쳐보고 싶었던 그런 날.
계속 보는데- 어느 한 페이지에 시선이 걸렸다.
파란 눈에 아주아주 작은 고양이. 바로 데려오겠다고 연락을 했고- 바로 다음날 집으로 오셔서, 집을 둘러보시고는 아가를 놓고 가셨다.
처음엔 아들인 줄 알고, 강하게 크라고 지었던 이름인 철용이, 신랑의 성씨를 따라 권철용.
너무너무 작아서, 안으면 부서질까, 만지면 부서질까 진짜 애지중지 했다, 이렇게 작은 고양이는 처음이라 진짜 소중하게 키웠다.
신랑과 나는 첫 합사라, 혹시나 우리가 출근한 새에 두 오빠들이 괴롭히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방에 잠가놓고 출근도 했었고,
새벽에 막 우는 너를 화장실로 데려가, 볼일 다 볼 때까지 기다려보기도 하고,
볼일은 봤지만, 모래는 여전히 내게 높아 배에 응아를 칠하고 나와서 잡아두고 닦던 새벽,,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할 시기에-
아무래도 딸이라서, 나의 예쁜 딸이라서, 여러 병원을 뒤져보며 수술을 잘하고, 수술 자국이 최대한 남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 고민했던 며칠밤,
방에 철용이를 혼자 두고 출근했지만,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을 살짝 열어두었던 탓에-
다시 들어가지 못해 화장실을 참았던 작은 나의 아기 고양이. (신랑은 화장실도 없는데, 아무 데나 실수 안 하고 참은걸 진짜 기특해했다.)
많이 커졌지만 여전히 짤뚱하고 예쁜 철용이는 사람 가까이 오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가끔 생각이 들긴 한다 :-)
철용이가 유독 좋아하는 곳.
외출하기 전에 꼭 아가들 출석체크를 하는데- 나오지 않는 철용이는 항상 저곳에 있다.
진짜 짤뚱하고 예쁜, 귀여운 아이.
더 이상 크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는데, 딱 그렇게 귀엽게 예쁘게 컸더라.
도비!
심바랑 연이를 데려온 샵에서, 일 년 동안 아무도 데려가지 않아서 - 그 작은 유리 케이지 안에서 그대로 커버린 아이.
샵에 온 첫날부터, 오며 가며 눈에 띄었는데-
너무 예뻐서 금방 누군가 데려가겠지- 하면서 봤는데, 일 년을 꼬박 유리를 중간에 두고 거의 매일 마주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갑자기 데려온 도비.
너처럼 예쁜 애가 우리한테 오려고, 그렇게 긴 시간을 혼자 컸나 보다- 하고 생각이 들었다.
일단 너무 예쁘고, 호기심도 많고 진짜 발랄한 도비.
대충 흔드는 장난감에도 좋아해 주고-
예쁜 발이라도 만질라 하면, 끙하고 우는 도비. 해맑게 웃어주는 사진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진.
엄청 잘 먹고- 잘 크긴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길어지는 것 같아. 그래도 예쁘고 귀여운 우리 집 넷째, 둘째 딸 도비.
연이와 푸틴이.
푸틴이는 사실, 연이와 심바 그리고 도비를 데려왔던 샵에서 떠넘기듯 준 아이.
그 샵 언니가 갑자기 고양이 데려갈래? 하시길래 가서 봤더니- 기죽은 듯 유리 창안에 쭈그려 있던 고양이.
하루정도 고민한다고 하고, 신랑한테 물어봤는데 절대 안 된다길래,
다음날 이 아이를 데리고- 그냥 택시를 타서 집에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선, 자연스럽게 떠넘긴 푸틴이.
나는 로빈훗이나 이렇게 세련되고 강해 보이는 이름으로 짓고 싶었는데- 신랑이 푸틴을 닮았으니까, 푸틴으로 짓자고 해서 푸틴이가 된 고양이..
여전히 주눅 들어있고- 쭈구리처럼 있지만,
이름 부르면 대답도 잘하고, 만져주면 골골 송 부르면서 침 흘리는 예쁜 푸틴이.
아직 꾹꾹이를 못 배워서, 발로 툭툭 치는 게 있지만 그것마저도 하찮고 귀엽다.
고양이는 진짜 하찮고 귀여운 것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
아침에 눈 떠서 환기시킨다고 열어두면, 옹기종이 창가 앞으로 모여서 이런 풍경을 연출해준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평화로운지 아침마다 체감하는 중이다.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들, 나의 풍경, 나의 전부.
많지는 않지만- 써둔 글들을 보니 좋더라.
이제 자주자주 기록해야지, 나의 하루를.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