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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양연화 Nov 17. 2019

:그리워지는 인도.

다녀온지 1년이 지났다. 가끔 문득 생각나는  그 곳의 모든 것들.

다녀온지 시간이 꽤 지났다, 2018년 04월 20일 쯤에 한국에 들어왔으니 일년은 훌쩍 넘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6월에 다시올거야, 그때 다시 만나!!!!!!!!!! 라고 신나게 인사하며 돌아왔는데, 아직 한국에 있을 줄이야-


살아가기 엄청 힘들었고, 어려웠고, 모든 음식과 환경은 나한테 안맞아서 고역이었는데, 지나고보니 그립다. 어느 구절에서나 본,

'과거는 미화되고, 다정해진다'라는 문구가 생각는 요즘이다.


아침에 눈뜨면 소가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뒤져서 먹는다던가, 길에 강아지들이 졸졸 쫓아온다던가, 염소들이 떼로 몰려서 지나간다던가 하는 그리운 풍경들.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서, 다섯시 반까지 요가학원에 가기.

제일 힘든 일과중 하나, 하고나면 뿌듯하지만 수련할때는 빨리 끝났음 좋겠다, 끝나고 뭐 먹지 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수련했던 그 날의 나.


지금 돌아간다하면, 정말 성실하게 마음수련도 해가며 할거라고 다짐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똑같을거다. 아무 생각도 안하고 마음 수련하기엔 인도의 음식들은 너무 맛있고 생각나서, 내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으니까 :-)

요가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면 보이는, 그림들.

강아지 셋. 원래는 네마리인데 한마리는 아픈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살짝 이상한 아이. 형제인지 다들 비슷하게 닮았다고 서로가 서로를 너무너무 잘 챙겨주는 어여쁜 아이들.

가끔 밥도 빵도 챙겨주곤 했는데, 잘 크고있는지, 잘 지내고있는지, 밤에는 여전히 영역다툼으로 짖는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여전히 그리운것 투성이.

내가 살던 곳 마이소르, 마이소르는 베지테리안을 위한 음식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쿠키.

요 초콜릿쿠키가 너무너무 맛있었는데 배우고 올 걸, 그랬다. 지금보니 재료들이 써있어서 할 수 있겠다 싶기도한데, 그냥 그곳의 풍경, 공기, 음식들이 그리운거다 나는.


작은 동양여자아이라고 더 잘해줬던 친절들.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내게 바비인형 닮았다고 눈을 떼지 못했다. 바비인형.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사주었던, 그 당시 제일 예뻤던 바비인형. 제일 예쁜 인형을 꼽으라면 여전히 나는 바비인형이라고 할 정도로 예쁜 바비인형. 


바비인형이라는 칭찬에 나는 우쭐해져서 코가 하늘 높이 솟아서는 더 예쁘게 나름 신경써서 다녔다. 화장도 열심히해보고, 머리에 삔 하나라도 더 꼽아보고-


인도의 어느 시장에 갔는데, 마주했다. 바비인형-

아니아니 인도바비인형.

인도의 바비인형은 정말이지 누가 얼굴을 때린것처럼 생겼었다. 정말이지 얼굴 정 중앙을 쿵 때린 것처럼.

그리고 심지어 얼굴이 컸다. 내가 아는 얼굴 작고, 허리가 아니라 다리가 길고, 다리 중에서도 발목과 무릎사이가 길다란 9등신의 바비인형이 아니라, 얼굴이 제일 큰 바비인형 말이다.

역시 인도다, 인도. 바비인형마저도 인도스럽다니.


시장에서 인도바비인형을 마주한 뒤로는, 누가 내게 바비인형 닮았다고 할 때마다 Thank you!^^라고 말하는 걸 그만 두었다. 특유의 눈 웃음을 흘려주는 것도 그만두었다. 


아직도 바비인형 닮았다고 말해주던 사람들의 의도가 궁금해질때가 있다. 칭찬인지, 욕인지 말이다.

내가 너무너무 좋아했던 코코넛과 쌈바라는 국물느낌의 소스.

VADA라고 이것저것 뭉쳐서 튀긴건데, 인도 살다 온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음식 중 하나.

이거 진짜 많이 먹고 올 걸, 괜히 운동한다고 음식 조절했던게 후회하게 만드는 도넛츠.

생각보다 허접한데, 맛은 허접하지 않은!

도넛츠를 따뜻하게 데워준다. 그 안에는 네스퀵 초코시럽 같은게 가득 들어있는데, 주르르륵 흐르는 도넛츠가 너무너무 맛있었던 도넛츠집.

메뉴도 다양했는데, 여기 있는거 다 먹어보고 올걸... 하고 요즘 잠들때 후회한다. 많이 먹어보고 알바도 해보고올걸, 하면서 언제 인도 또 갈지 고민하게 되는데. 다시 가라하면 자신은 없다.


소똥이 가득 했던 바닥에 나는 용감하게 캐리어를 끌고갔다. 인도는 무조건 백팩을 메고 가야 한다했는데, 어깨에 뭔가를 들쳐메는게 싫어서 커다란 캐리어를 낑낑대며 끌고갔다. 그리고 똥밭을 지나서 무사히 마이소르에 도착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었다. 


내가 갔을때가 12월이었으니까,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인도의 크리스마스, 남들이 신기해하던 여름의 크리스마스. 나는 너무너무 신기했는데, 나만 신기해했다. 인도사람들은 항상 날씨가 여름이니까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이상할리가 없었겠다. 

요즘 너무너무 생각나는, 인도식 백반. 흩날리는 밥에 달디 단 요거트라던가, 오일리한 빵 비슷한 거라던가. 정체불명의 향신료가 들어간 커리라던가 그때 당시에는 싫었던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는 순간. 


과거는 늘 이렇게 다정해진다. 미화되고 다정해지고 그리워지고.

나의 오늘은 다정했던 인도를 되새기며, 또 언제갈지 고민하며 비행기표나 검색하며 채워지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글을 쓰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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