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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bootsbookclub Oct 20. 2022

소심한 갤러리스트로 살아가기

백번의 힐링다이어리

2021년 7월에 시작한 레드부츠 갤러리가 2022년에도 열심히 달려왔다. 1년 반 넘도록 전시를 20개 이상 진행했다. 숫자를 세면서 한것은 아니지만, 하다보니 그렇게 숫자만 많아졌다. 질적으로 좋은 전시였을까 돌아보면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하는 일이 많아서 가지치기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을사업도 그렇고 아이들 학교일도 있었고, 중요한 일보다 지금당장 해치워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부디 올해가 지나면 나의 우유부단함이 많이 정리되길 바랄뿐이다. (나에게 내가 바란다니, 약간 모순적인 어법 아닌가....)


미술전시 일은 정말 너무 재미있다. 다만, 그것이 영리적인 목적에 맞게 매출이 일어나야하는데 너무 어려웠다. 올해의 목표는 전시를 열심히 하는 것이었는데, 그 목표는 달성했으니 이제는 좋은 컬렉터와 작가를 연결하는 부분을 완성해야겠다.


목표라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생각하면 늘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적의식에 초점을 두고 보았을때, 올해만큼 행복한 한해는 없었던것 같다. 미술작품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꿈만같은 상황이었다. 컬렉터로서 소장한 작품들과 함께한 시간들도 너무 좋았지만 수시로 바뀌는 미술전시를 내가 앉아서 일하는 곳에서 접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우리동네에서 일하는 분들이 레드부츠 갤러리에 점심때마다 오셔서 구경하시면 참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 그런분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루 24시간이 정말 많이 부족하다. 영화한편 마음놓고 볼 시간이 없었다. 작은 모임 하나하나 온 정성을 쏟아부었다. 어쩌면 다른분들이 바라볼 때, 저 사람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있으셨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게 나의 일을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소심하게도 남의 눈에 완벽을 넘어서 초인으로 보이길 바랬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리가 다 알듯이, 나 스스로를 희생하여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게 상대방이 꼭 원하는 일은 아니다. 요즘은 그 누구도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며 자신이 잘살게 되기를 원치 않는다.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나도 내 욕심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소심했던 나를 버리고 조금 더 씩씩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나는 마음 먹은 걸 시작하는데 도가 튼 사람이었지.'


미술전시를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노동력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을 전시공간을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무턱대고 덤벼든 나 자신을 탓하고 싶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데다가 너무 재미있는 일이 되어버린 상황이라 굳이 이걸 물리고 싶지는 않았다. 더 열심히 제대로 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떤 날은 아무도 찾지 않아 외롭고, 또 어떤 날은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신기하게도 매출이 올라가는 날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일이 진행은 안되고 사고만 터지는 날도 있었다. 그건 아이들을 육아할 때 자주 겪었던 일이라 마음에 큰 짐이 되지는 않았다. 그냥, 나에게 모든 날은 그냥, 하루일 뿐이었다. 그걸 살아내는 재주가 다행히도 내게 있었다.


"하루만, 살자."


두렵고 힘든 시간들이 있어서, 괜한 수업료만 많이 써댔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자꾸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외로움을 해결한답시고 돈을 써댔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이다. 나에게 있는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소심하고 어설픈 갤러리스트에서 덜 소심하고 덜 어설픈 갤러리스트로 한걸음씩 이동해 나갈 것이다. 덜 소심하고 덜 어설픈 갤러리스트에서 그나마 경험이 있고 잔머리도 잘 굴리는 갤러리스트로 가기만 해도 좋겠다. 그렇게 나는 하루, 한걸음, 한번의 전시들을 내 안에서 겪어 보내야 한다.



좋은 작품들을 좋은 컬렉터들과 만나게 하고 싶다. 레드부츠 갤러리에서 2022년 한해에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안타깝게도 컬렉터를 만나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나의 부족함 때문이다. 그건 어쩔 도리가 없다. 아직은 나의 최선은 역부족이다. 조금 더 성장하길, 조금 더 공부하고, 마음속 두려움을 살펴보고 센 멘탈의 보유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준비되면 좋은 작품들은 좋은 컬렉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올해 2달 반 정도 남았다. 남은 전시는 6개. (미친 짓을 벌인 것에 대한 후회가 있으나, 내년에도 이렇게 될것은 감안하고 있다. 적어도 1주일 짜리 전시는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6개의 전시를 집중해서 잘 치르고, 꼭 필요한 일들만 몰입해서 해야한다.


오늘 오전에는 사진작업을 하시는 이00작가님, 오후에도 사진작업을 하시는 황00작가님을 만나뵈었다. 인연이 된다면 사진전도 하게 되는 것일까? 외부 기관을 통해 사진전을 많이 하게 될것 같은데, 그 역량도 시험해봐야겠다. 늘 두려운 것은 내 전시 기획이 작가님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의 여부이다. 정말 매번 그 두근거림이 있다. 한번도 내가 정말 잘했구나 싶은 전시가 없었다. 나의 노파심이기도 하지만, 작품판매로 이어지지 않아서 더 그런점도 있다.


내년 전시 일정도 슬슬 잡혀가고 있다. 더 꼼꼼이 준비하고, 미리미리 계획을 많이 세우고, 실행으로 옮기면서 나의 소심함도 조금씩 극복해 나가야 겠다. 소심이는 이제 안녕~~



안선영 작가님 초대전이 내일까지 입니다.^^

좋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아티스트 채니 초대전

2022.10.25-11.5


최미나 작가 초대전

2022.11.8-11.20


First 기획전

2022.11.21-11.25


1제곱미터 프로젝트 전시

2022.11.28-12.4


김경은 작가 사진시 전시

2022.12.5-12.30


^^ 놀러오세요~


#백번의힐링다이어리

#힐링다이어리2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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