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자본론_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올해 계획 중인 도쿄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T-SITE 이다.
미스다 무네아키가 계획한 이 공간은 많은 마케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성지같은 장소로 통하는 것 같다.
서점이지만 서점처럼 보이지 않는 자유로우면서도 그의 마케팅 정신이 온전히 담겨있는 계획적인 공간구성이 그 특징인 것 같다. 미스다 무네아키가 제안한 T-SITE의 공간 디자인은 공간의 형태보다도 공간의 기능과 구성에 그 무게가 더 실려있다.
서점의 기능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 속에 있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어떨까라는 제안은 매우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지금에야 그런 공간들이 그렇게 신선해 보이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츠타야 T-SITE 를 계획한 것이 2011년인 걸 보면 그의 통찰력이 놀랍다.
미스다 무네아키가 그의 회사인 CCC에서 강조하고 있는 단 두 가지 원칙은 고객가치 극대화와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다.
물론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꼭 모두에게 더 좋은 라이프스타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조금은 낯선 라이프스타일이더라도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춘 혹은 마케터가 타겟으로 하는 고객들의 고객가치를 높이는 라이프스타일이라면 그러한 제안은 성공할 마케팅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는 그의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라는 개념을 모두가 따라하게 만들었다.
나도 넓은 범주로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내가 하는 디자인은 공간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고 그런 공간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실제로 건축설계 실무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점은 생각보다 건축실무라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 건축과는 많이 다르고,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도 매우 전문적이라 수 십년동안 변하지 않아온 작업환경에 의해 고일대로 고여버려 이미 정답처럼 짜여진 프로세스만을 배우는데도 많은 노력없이는 그걸 소화하는 것조차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건축이라는 것이 점점 더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커져가고 아파트중심의 주거환경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더욱이 사람을 위한 공간보다 건물이 만들어내는 경제적인 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현실이, 디자인을 함에 있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라는 건축가의 도전정신을 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
물론 그러한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좋은 디자인을 생각하며 고군분투하는 것이 건축가가 해야 할 몫이지만 학교에서는 꽤나 중요하게 요구되던 건축철학은 이제 건축주에게 큰소리 칠 수 있는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개념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기분도 든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싶었던 건축은 이런 모습이 아닌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있는 요즘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내가 좋아했던 디자이너 정신과 학교에서 배웠던 건축의 모습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에 건축을 통해 언젠가 나의 브랜딩을 하고 싶다 꿈꿔오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내가 영위하고 싶은 삶의 모습은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하고, 그 답의 형태를 뚜렷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찾게되면 내가 추구하고픈 라이프스타일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안하는 일을 꼭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