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정환 Apr 01. 2023

안도 다다오 서울대학교 강연 정리

꿈을 걸고 달려라

안도다다오 선생님의 모든 말씀을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정리한 건 아닙니다
옆에서 통역해주신 분의 말을 듣고 인상 깊었거나 재밌던 내용들을 추려서
메모하고 조금 다듬어 정리했다는 점 참고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웃음] ; 강연듣는 사람들이 모두 웃었던 부분


안도 :

곤니찌와



푸른사과와 청춘

효고현립미술관에 놓여진 푸른사과 오브제

안도 :

파란 사과란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2030만이 청춘이 아니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이 사진을 보고있는 모든 분들 모두 100세까지 오래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체력단련을 필요로 합니다.









> 드라마 미생에서도 네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장면이 생각이 났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  

라는 사서삼경 중 대학에 나오는 말이 있는데, 결국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선 수신[修身]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치국과 평천하는 둘째 셋째 치고 제가[齊家]라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부터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체력단련이 그 시작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지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체력을 길러야겠다.



설계사무소

개인주택에서 설계사무소로의 변화과정

안도 :

저는 대학도 나오지 못했고, 건축을 배운 적도 따로 없습니다. 이래 저래 콤플렉스가 많은 편이었죠. 건축을 하고싶어 이곳 저곳 설계 사무소를 다니다 28살에 개인 설계사무소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 때 3m x 15m 정도 되는 부지에 3명의 가족이 살 집을 설계해달라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 시대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런 건축적 베이스 없이 2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개인설계사무소를 직접 오픈할 생각을 하고 실행했다는 점이 안도다다오의 도전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자신이 설계한 집을 매입하고 증축해 지금까지 그의 설계사무소로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너무나 재밌었다.


안도다다오의 설계사무소 내부

어느날 그 집에 살고있던 거주자에게 연락이 와서 3명이 살고있는 집에 애가 또 생겨버렸는데 어떻게 해야하냐고 제게 물어봤습니다. 저는 그건 본인 사정이니 알아서 하라고 했죠. 여러분, 본인 일은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합니다. [웃음]

그런데 얼마 후 다시 연락이 오더니 알고보니 한명이 아니라 쌍둥이를 낳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결방법이 없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저는 역시나 본인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죠. [웃음]

그런데 사실 저도 쌍둥이거든요. 거주자가 당신이 쌍둥이기 때문에 우리도 쌍둥이를 낳게 되었으니 당신이 책임지라고 하더군요. [웃음]

그래서 결국 그 건물을 제가 매입하고 증축해서 지금까지 제 설계사무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설계한 건물을 설계사무실로 쓰니 썩 좋은 것 같습니다.


[...] [안주머니속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며] 이런 스마트폰을 쓰는 건 좋지 못합니다. 사실 저는 사무실에서도 직원들과 스마트폰으로만 소통하고 있습니다.[웃음] [...]제 설계사무실에는 온통 책으로 가득차 있는데 그 책들이 저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 안도다다오의 설계사무소 내부는 크게 계단 형식으로 안다다오가 본인 자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모든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전부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조라는 점과 벽이 온통 책으로 둘러쌓여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알고있다. 하지만 소통은 라인으로 하는걸로..



강아지 '르꼬르뷔지에'에 대한 이야기

안도다다오와 꼬르뷔지에[...?]

다다오가 키우는 개의 이름이 '르꼬르뷔지에'라는 것은 꽤나 알려진 사실이다. [아마 건축학도 기준]


안도 :

저는 단게겐조라는 일본의 건축가가 설계한 요요기 체육관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오래 살려면 감동받는 순간을 많이 경험해야합니다.

그러다가 길 잃은? 강아지를 기르게 되었는데, 처음에 '단게겐조'라고 이름을 붙이려 하자 직원들이 극구반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얏바리.. 꼬르뷔지에..' [웃음]

역시 사람은 항상 더 위를 바라봐야 합니다.[단게겐조보다 꼬르뷔지에를 더 위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인듯]

가끔 설계 의뢰자를 보고 꼬르뷔지에가 짖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개가 건축주님을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나 본데요?" 라는 핑계를 대며 설계의뢰를 거절하곤 합니다.


> 4050만 되어도 시덥지 않은 농담만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올해 83세가 되었지만 안도 다다오는 강연을 보고있는 대다수의 2030도 여러번 웃게하는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유머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것에 대해 꽤나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건축가는 설계를 의뢰하는 건축주가 혹하는 생각이 들게끔, 계속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박학다식하고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매력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안도 다다오는 건축주 입장에서 너무나 친해지고 싶은 재미있는 사람일 것 같다.



스미요시 주택 이야기

안도다다오의 건물 중 가장 논란이 많았던 스미요시 주택

> 안도 다다오의 사실상 데뷔작이자, 당시 엄청난 비난과 논란거리였던 스미요시주택에 대한 이야기는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유명했지만 그 외에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들과 그에 대한 안도 다다오의 실패를 대하는 인생의 자세가 담긴 말이 멋졌다.


안도 :

[철거중인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양 옆에 주택들이 무너질 위험이 있었던 공사였습니다. 실제로 양옆의 주택들이 같이 무너졌었습니다. [웃음]


무너진 것은 다시 세우면 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쓰러지는 날도 있습니다. 집도 인생도 무너지고 실패하면 다시 일으켜 세우면 됩니다.



스미요시 주택의 외부정원

안도 :

이 집은 단열이 없습니다. 한국은 바닥에 온돌이라는 것이  있지만 여긴 그런거 없어요. [웃음]

또한 이 집은 2층 양쪽에 위치한 침실에서 화장실을 가려면 외부정원을 반드시 거쳐 1층으로 내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이 집이 지어지고 나서는 '추울것이다. 불편할 것이다.' 라는 등의 논란이 많았죠. 하지만 이 집에 살고있는 거주인은 50년 넘게 이곳에서 계속 살고 있습니다. 

열려있는 외부 정원을 통해 엄청난 빛이 집에 들어오는데, 집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집으로 빛이 많이 들어와서 좋다고 해요. 또 밤에는 집에서 별을 볼 수 있다고 좋아합니다. 마치 집 안으로 희망이 들어오는 것 같다면서요.

건축에 있어 중요한 점은 희망을 주는 건축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에게도요.


빛이 쏟아지는 스미요시 주택의 2층 침실

> 스미요시 주택은 결국 공간적 효율성과 조금 불편하지만, 본인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중에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내게는 그것보다도 무엇이든 무너지면 다시 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안도다다오의 호탕함이 더 인상깊었다.







빛의교회와 건축가의 고집


안도 다다오의 가장 대표작으로 알려진 빛의 교회

안도 :

빛의 교회에 십자가를 통해 바닥으로 이어지는 일직선의 빛이 저는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 십자가 사이에 사실은 유리가 있습니다.  처음 설계를 계획할 때 유리를 빼버리고 계획했습니다만 교인분들이 심하게 반대해서 결국 유리를 넣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유리를 빼고 싶습니다. [웃음]

가끔 안부전화를 할 때면 목사님이 받자마자 '저희 유리 안뺄거에요.'라고 먼저 대답하곤 합니다.

기필코 언젠가는 유리를 빼버리고 싶습니다.[웃음]


> 건축가의 고집을 유머러스한 일화로 소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그가 걸어온 행보를 보면 정말 언젠가는 십자가 틈에 있는 유리를 없앨 것 같다.




나오시마 지추 미술관 이야기 -1

땅속에 묻혀있는 나오시마 섬의 지추 미술관

안도 :

오사카 근처에 나오시마라는 섬이 있습니다.

어느 의뢰인은 제게 찾아와서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할 땅속에 묻혀있는 미술관을 지어달라 부탁했습니다. 저는 그전에 먼저 이곳에 나무를 심고 땅을 가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보여준 사진 속 대지는 민둥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나무를 먼저 심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지추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수련

지금 보시는 작품은 지추 미술관 내에 배치된 모네의 수련인데, 작품 위에서 떨어지는 빛들은 모두 자연광입니다. 자연광이라 오후 4시정도면 어두워서 작품이 잘 보이지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4시쯤에 꼭 오셔서 보시길 바랍니다. [웃음] 오셔서 '아 하나도 안보이네' 하고 그냥 지나가시면 됩니다. 여러분들은 모네의 작품을 심안[마음의 눈]으로 보고 가시게 되는거죠 [웃음]










잘 나간다해서 절대 안심하지 말 것


태풍에 휩쓸려간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안도 :

사실 나오시마 섬은 굉장히 교통이 불편해서 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추미술관을 의뢰한 건축주가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호박 오브제를 당시 300만엔[약 3000만원]에 사서 해변가에 배치를 했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러 많이 와주더군요. 저로선 기분이 좋았습니다.

[겸사겸사 지추미술관도 보러 온다는 말인듯]


일본은 한때 세계 강국에 손꼽히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정돈 아니죠.

잘나간다고 해서 절대 안심하면 안됩니다. 제가 해변가에 놓인 노란호박을 단단히 고정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만[...] 결국 작년 태풍으로 인해 노란호박이 태풍에 날라갔습니다.[웃음]

건축주는 야요이상에게 망가진 부분만 고쳐주면 안되냐 부탁했지만, 야요이씨는 하나를 새로 사라 말했다고 하더군요.[웃음] 가격은 100배가 뛰어 3억엔[30억]정도에 협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잘 나간다고 절대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그런 쿠사마 야요이씨가 무서워서 그닥 친하게 지내려 하지 않습니다.[웃음]




그외 인상깊었던 말들


무모해보이는 제안일지라도 일단 말을 꺼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함께 일할 좋은 팀[Team]을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재미있는 제안은 사실 위험한 겁니다. 건축가는 그런 모험적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안도 :

조금의 가능성과 포기하지않는 끈기를 가지고 계속 하다보면 사람들이 먼저 그 사람을 알아볼 것입니다.

오늘을 계기로 머리로 생각하고 행동으로도 옮겨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일인자의 민낯은 아름다울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