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가 스테디셀러가 되는 이유
몇 년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책을 읽지 않는다. 유튜브와 여러 OTT의 영향도 한몫하는 것 같지만 정확한 이유는 별로 중요치 않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서점에 갈 때마다 'BEST SELLER'라고 적혀있는 가판에 올려져 있는 책들을 볼 때마다 보이는 특징이 있다. 서점들마다 베스트셀러들 사이에 순위의 변동은 조금 있어도 보통 1-10위 정도까지의 베스트셀러 책 목록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원래는 베스트셀러 가판 옆에는 스테디셀러 가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스테디셀러라는 가판은 잘 안 보이거나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사이의 책목록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에는 더욱이 베스트셀러 가판에 놓인 숫자 1 옆에 위치하고 있는 책은 종종 1년 내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들이 더러 있었던 것 같다. 그런 현상들을 보면서 나는 '사람들이 책을 너무 안 읽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중고서점에도 베스트셀러 카테고리에 가게 되면 종종 마치 어제 산듯한 책들이 여러 권 함께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걸 보면 몇 가지 현상을 추론해 볼 수 있다.
1. 책을 선물용으로 구매하기 위해 서점에 오는 사람들의 비율이 꽤나 많다.
2.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먼저 책을 내가 직접 읽기 위해 책을 사려는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내가 직접 읽기 위해서 서점에 오는 사람들과 선물을 하기 위해 서점에 오는 사람들의 비율이 실제로 어느 정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직접 책을 읽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 중에는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 같다. 내가 읽으려고 책을 사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사고자 하는 책의 제목을 명확히 알기 때문에, 직접 서점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게 혹은 조금 더 저렴하게 사면서도 굳이 서점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번거로움이 없는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꽤나 자주 서점에 들러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책과의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아마 일 년에 10권 이상은 읽는 사람들일 테니 논외로 하자.]
물론 나 같은 경우는 서점에서 구매할 때 책 옆면에 무심하게 삐뚤삐뚤 찍어주는 구매인증 도장을 받지 않고 싶은 이유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다.
이번에는 베스트셀러를 선물로 주는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우선 상대방이 독서를 꾸준히 하지 않기 때문에[만약 상대방이 독서를 꾸준히 하는 입장이라면, 책 선물을 주는 사람이 개인 적으로 좋아하는 책을 선물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그렇다면 중고서점에 한 번도 펼치지 않은 빳빳한 베스트셀러들이 나란히 진열되어있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 책 취향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려 한다면, 무난하고 일반적인 것부터 찾기 마련이다. 특히나 유행에 민감하고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해 그리 좋지 않게 보는 대한민국의 정서상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물하기보다는 베스트셀러 중에 표지가 예쁘거나 완독 하기 어렵지 않은 가독성이 좋은 가벼운 책을 선물해 줄 가능성이 높다. 내 기준으로 몇 년 전 1년 내내 베스트셀러 1위에 계속 올려져 있던 한 소설책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그 책이 올해 최고의 책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테디셀러가 된 것이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적당하고 쉬운 책을 선물해 주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표지는 그럴싸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