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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Sep 07. 2022

여행은 언제나 남는 장사 3

여행으로 얻은 가장 큰 선물

말레이시아 여행 중 만났던 무슬림 소녀는 큰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아 물었습니다.

"혼자 온 거야?"

그렇다고 하니 그 큰 눈이 더 커지더니 말합니다.

"우와 너 정말 용감하구나."

"내가?"

전 사실 겁이 많고 걱정도 사서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겁쟁이라는 말을 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나의 일상에서 멀리 벗어난 어떤 곳에서, 난생 처음 만난 사람에게 "You are so brave!"라는 말을 들은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용감하다고?

"내가 용감해서 혼자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혼자 여행을 하다보니 용감해졌어. 처음엔, 어휴, 잔뜩 쫄아 있었다구."

제 대답에 무슬림 소녀는 정말이냐고 신기해하며 자기도 언젠가 혼자 여행을 가서 용감해지고 싶다고, 이왕이면 이민호의 나라 코리아로 여행가고 싶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여행의 가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일단은 즐겁고 행복합니다. 배움이란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덕분에 견문이 넓어집니다. 항공권, 숙박 등 소모비용이 많은 활동이나 접근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경제적일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덕분에 다양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서로 다른 취향을 맞춰가는 방법과 서로를 돌보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모두 다른 다양한 생활방식을 접하며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것은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였습니다.


저는 원래 극단적인 안정추구형 인간이었습니다. 안정추구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다 안정추구형 인간이 되었나 생각해 보면, 저는 남들의 평가에 몹시 민감하고, 그러다 보니 잘 한다는 말만 듣고 싶고, 그래서 새로운 시도는 지레 겁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실패가 두려워 도전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어려서부터 잘한다, 착하다는 소리만 들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적당히 잔병치레를 해야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처럼 싫은 소리도 적당히 듣고 살아야 멘탈이 단단해 질텐데 무균실에서만 자란 생명체는 약한 균에도 치명적이듯 저는 점점 두부멘탈이 되어갔던 것입니다.   

 이렇게 삶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 타인의 평가가 되다보니 자존감은 바닥이었고 항상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은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보면 완전히 다른 나를 보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분명히 같은 사람이 장소만 옮긴 것인데도 그렇습니다. 사람은 완전한 독립변수가 아니라 어느 정도 종속변수인가 봅니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니 말입니다. 초단위로 계획을 세워 달성여부를 체크하던 일상의 내가 여행지에서는 보다 느긋하고 여유로워집니다. 나에게만 여유로운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관대해 집니다(어디까지나 상대적입니다만).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게 두렵지 않고, 혼자라도 주눅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낯선 이들 사이에서 자신감이 넘치고 사교적으로 변합니다.

 처음엔 일상의 자아와 여행중 자아가 따로 존재했습니다(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같이 말이죠). 하지만 여행 구력이 높아질수록 일상의 자아도 여행 중 자아와 점점 닮아 가고 있습니다. 일상 속의 저는 수줍음이 30프로 줄었고,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양한 삶의 방식과 태도들을 이해하고(하지만 수용하는 단계까지는 아직요.), 여전히 걱정은 많지만 잠시 누를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과 긍정적인 멘탈을 얻었으며, 자존감은 나날이 신고점(新高點)입니다.


그러니 이 맛에 여행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남고 넘치는 장사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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