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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Dec 10. 2023

당신의 월급은 안녕하십니까

매달 떼이는 고용보험, 그거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

연말정산의 시간이 다가온다.

매년 연말정산을 하며 놀라운 것은,

첫 째,  내가 본 적도 만져 본 적도 없는 연봉이 내 근로소득이라고 찍혀있고,

둘 째,  그 돈 어디로 갔나봤더니 참 여러가지로 많이도  떼가는 것이다.

카드값으로 나가는 돈은 한 달에 20만원도 안된다. 그마저도 난 카드값 결제일 전에 미리 현금으로 바로결제 해 버린다.

그러니까 다 요즘 젊은이들이 흥청망청 많이 써서 월급이 스쳐지나가는 거란 말은 하지도 마시길.

요즘 20-30대 사이에선 무지출 챌린지까지 유행하고 편의점 삼각김밥과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는데,  이렇게 슬프게 살아가는 MZ들이 피땀흘려 번 돈,  그거 어디로 가는지 아시는가? 알면 이 나라가 몹시도 싫고 사람이 몹시도 미워질 것이다.


임금명세서의 공제항목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월 소득의 기본적인 공제항목은 소득세,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소득세?

그래,  이건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당연히 낸다 치자. 잘 쓰이고 있나 그런건 따지지 않겠다. 그저 국민의 의무이고,  어쨌든 나라에서 깔아놓은 도로로 출퇴근하고, 나라에서 만들어 놓은.....뭔가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용하고 있고,  나라가 유지되려면 세금은 필요할테니,  내세금 잘 쓰이는지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세금까지 아까워하지는 않겠다.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자.


국민연금?

애초부터 내 노후를 책임져 줄거라 믿진 않았지만 이것도 세금이라치고 그냥 넘어가겠다. 그동안 걱정없다 말할 때도 떼이는 액수보면 뜨악했는데 이제 기금 고갈은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지만 뭐 새롭지는 않다. 이미 20년 전,  대학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예언하셨지. 이대로 운용된다면 너넨 연금수령 못한다고. 알면서 왜 안고치냐고? 미국의 총기규제 괴담처럼,  우리나라는 연금 건드리려 하면,  그 자가 제거당하니까. 난 20년전 수업시간에 똑똑히 배웠다. 국민연금 이대로 가면 고갈이라는 건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고칠 수 없다고. 솔직히 나도 이해된다. 한 명이 정의롭고 현실적이라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똑똑하고 식견 있다는 이유로 그 한명이,  내가 왜? 개인의 삶이야 말로 딱 한 번뿐인데.

아무튼 국민연금,  그거 떼 가면서 우리를 기만하던 그 달콤한 말은 믿은 적도 없고,  오늘날에는 떼 가면서 그 달콤한 말조차 만들어 내는 성의도 없이,  너네 못 받겠지만 일단은 떼고 볼게라는 말을 들으며 떼이면서도, 그래 이것까진 그냥 세금으로 치겠다. 옛다,  가져가라,  어디쓰든 여기까진 군말없이 내겠다.


건강보험?

그래, 사실 건강보험은 뭐. 직장인은 할 말이 없다. 지역가입자들 내는거에 비하면 뭐. 그리고 건강보험은 그나마 내는 것 중에 젤 납득이 가는 비용이기도 하고. 샤오미가 대륙의 실수라면 건강보험은 한국의 실수인 것도 같은. 누가 만들었는지,  한국에서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이지. 오바마 전대통령이 부러워할 만큼.

물론 부정수급하는 외국인들이나 각 종 부정수급  때문에 누수가 꽤 있다던데, 그래도 건강보험까진 기꺼운 마음으로 낼 수 있다.


고용보험?

이거 진짜 눈먼 돈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지. 내가 사실 이거 때문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명세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희미해서 다들 별 의문없이 지나치겠지만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내가 근로자로 있는 동안은 매달 떼이는 돈이다. 월급 300만원 근로자가 월 27,000원씩(근로자 부담금만 월 임금의 0.9%, 사업주 부담금은 별도), 1년에 324,000원, 30년을 일하면 9,720,000원,  거의 천만원이다. 사업주 부담분까지 해서 나 하나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1년에 65만원,  30년에 약 2000만원이 기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월급이 훨씬 많은 근로자들은 당연히 훨씬 더 많이 떼이고, 고소득 안정적인 직장에 다닐수록 저 돈은 본인은 구경도 못할 돈일 가능성이 크다.

내가 감사하게도 고소득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고용보험 기금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일이 없더라도 갑자기 실직하게 된 다른 근로자들이나 직업교육이 필요한 실직자들에게 이 돈이 쓰인다면 이 정도 돈이야 낼 용의가 있지. 죽어도 못내겠다는 야박한 근로자가 몇이나 되겠어.

하지만 그게 아니니까 내기 싫은 거다. 27,000원이 아니라 2700원도 아깝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 돈이 흘러흘러, 흘러 들어가지 말 곳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제보가 들어오면 수사기관에서  수사는 하고 있지만 범죄자들은 자신들이 한 행동이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다.

니 돈도 아니면서 왜?

오히려 수사관들이 "불친절" 하다며 신고하고 무고와 스토킹으로 수사관들의 영혼을 붕괴한다. 아니,  우리나라는 왜 수사기관이 수사대상에게 친절하여야 하는 것이지?


어머,  그러셨구나,  아 그러실 수 있죠,  그렇죠 몰라서 그러셨구나,  그렇죠 사실 다들 그렇게 살죠,  그럼요 법이 잘 못 됐네요

 이러면서 무슨 수사를 하란 말이지? 참 답답하다. 솔직히 범법자에게 좋은 말이 나오나? 그건 종교인들이나 가능할지도.

수사기관에 신고를 해봤자 그들만 괴롭히는 꼴이라  언론에 제보를 할까 내가 유튜버로 나설까 고민하다 일단은 글을 남겨보기로 했다. 글로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 언론사에 제보를 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요즘 영화 서울의 봄이 인기라고 한다. 현대는 군사반란도 군사독제도 없는 사회이다. 그래서 더이상 시민들의 항쟁도 필요 없을까? 그럴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탱크만 동원하지 않았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를 좀먹는 세력들이 있다. 알고도 눈 감는다면 그것 또한 선택이겠지만 고용보험료를 내고 있는 그대들은 적어도 알 권리는 있으니까  내가 보고 들은 사실만은 알려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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