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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TOSTEP May 09. 2024

장사일기 ep.1  - 근로자의 날에 장사를 결심

겨우겨우 마음을 먹기까지

[도대체 왜 장사를 시작하는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2024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나는 마음을 먹었다. 보통 조금 있어 보이기 위해 창업이란 표현을 쓰던데 창업까지는 너무 거창하고 장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장사를 하려는 마음을 먹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과 번뇌가 있었다. 내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20년 정도의 직장생활 커리어를 포기할 정도의 타당한 이유가 내 스스로에게 있어야 했고, 그것이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어야 했다.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나중에 너무 큰 후회를 할 것 같아서 그 이유를 찾는데 정확히 10개월의 시간이 필요했고, 필요라고는 하지만 10개월간의 테스트였고 10개월을 소모하였다. 10개월의 시간의 흐름안에 있을때는 이유가 보이지 않았으나 10개월을 보내고 시간의 흐름안에서 벗어나 보니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고,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첫번째 이유, 나는 대략 20년 정확히는 18년5개월 정도를 엔터테인먼트 산업군내에서 커리어를 이어왔다. 재무베이스의 영화, 뮤지컬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공연, 라이브엔터테인먼트 기반의 중국사업, KPOP아이돌 부가사업, 유투브 콘텐츠 기획, 인플루언서 커머스 사업 등의 일을 해왔다. 엔터테인먼트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사업을 경험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난 어떠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영역에서도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일정기간동안은 원하는 곳에 무리없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임계점이라고 할까? 어느 지점이 지난 후부터는 나의 경쟁력은 급격히 하락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여러가지 이유로 상당히 어려워졌고,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이미 체급이 커져버린 나정도 레벨의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쉬운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외부적인 상황때문이지 나 자신의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굳이 나를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았다. 깨달았다. "나를 채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다. 나를 채용할 이유가 없다. 업계에서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나만의 특징이 전혀 없었다. 엔터업계의 다양한 장르에서의 일의 플로우를 잘 알고 있다정도지 특색이 없었다. 나이가 많은 제네럴리스트를 C레벨 정도로 픽업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바로 첫번째 이유다. "나는 내가 일했던 필드에서 더 이상 매력적인 리소스가 아니다."


 두번째 이유, 첫번째 이유를 찾고 나니, 사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애써 쳐다보지 않았던 나의 현재의 모습을 인고의 시간끝에 객관화하고 나니 두번째 이유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사람이 어떠한 일을 할 때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본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물론 누구 말처럼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 너무 좋겠지만 잘한다는 범위와 결과를 정의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단순히 두개로만 구분하면 난 그동안 좋아하는 일을 해왔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군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좋아하는 일을 해왔다. 어떻게 보면 18년 넘게 했으니 잘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로 경제적 결과물을 현재 창출할 수 없고 앞으로도 창출할 수 없다면 좋아하는 일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잘하지는 못한 것이다. 첫번째 이유에서 객관화를 했기 때문에 명확해 졌다. 이제는 잘하는 일을 해야한다. 그렇다면 내가 잘하는 일이 뭘까? 사실 잘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잘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확률이 높은 일이 나에게는 마치 유산처럼 있었다. 두번째 이유이다. '잘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일이 나에게 있다.'


 세번째 이유, 잘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일이 나에게 있다는 것도 알았다. 두번째 이유를 찾아낸 후 생각해봤다. 확률이 높은 일이 있으니 내가 가진 재주가 있으면 적용해서 더 확률을 높힐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다행히도 재주가 있었다. 완전 프로페셔널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준전문가 수준으로 미적감각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관련한 정규교육을 이수하지 못해서 그러한 감각을 결과물로 끌어내는 것이 조금은 투박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재주가 조금은 있었고 그것을 두번째 이유에 적용해서 조금 더 확률을 높힐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세번째 이유이다. '약간의 재주가 있다.'


 요약이다.

'나는 내 필드에서 매력도가 떨어지나, 잘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일이 있고 그에 대한 약간의 재주도 있다. 때문에 나는 장사를 시작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가장으로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장 크긴 하지만, 그것에 앞서 내가 스스로 장사를 해도 되는가에 대한 이유가 나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ep.1 -끝-

* 매일은 아니겠지만, 장사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날부터의 창업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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