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광고다. 우리는 그야말로 소비를 강요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카톡을 열 때에도, 티브이를 볼 때에도, 심지어 길거리를 걸을 때에도 돈을 쓰라고 유혹한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소비자물가지수를 통해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이를 관리한다. 돈을 쓰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국가의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를 그만두다>의 저자인 히라카와 가쓰미는 경제가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은 환상이며 이는 정상 경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GDP(국가경제성장률)의 지속적인 증가를 위해 소비를 장려하는 국가의 정책은 환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장려책이 이어지자 소비의 의미가 변했다. 나쁜 것에서 좋은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에서 해야 하는 것. 부정에서 긍정으로 180도 변한 것이다.
히라카와 가쓰미는 미국에서 들어온 대형마트가 일본의 문화역시 파괴했다고 지적한다. 대형마트는 사람과의 교류를 완전히 배제한 침묵 교역의 장으로 주민 교류의 장을 파괴시켰을 뿐만 아니라 인간을 더욱 고립시키고 개인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를 하라카와 가쓰미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지시도 아닌데 마치 종교를 바꾸기라도 하듯 사람들의 가치관은 극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소비중독 바이러스 어풀루엔자>의 저자는 글로벌 소비중독 현상을 감염병으로 진단한다. 모든 물건이 상품화됐고 이제는 사람조차 상품화시키려고 줄을 세우는 경쟁가치가 곧 선(善)이 되는 병에 전 세계가 앓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변화가 자본주의에서 변질된 물질 만능주의가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비를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더 좋아 보이는 물건'의 유혹에 쉽게 지고 만다. 비싼 물건을 가진 사람이 더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망가지지 않은 휴대폰을 또 사들이고 한 계절을 다 돌려 입지 못할 옷을 가지고 있는 맥시멀 리스트다. 물건이 그 사람을 설명해 준다고 믿지만, 내가 봐도 이건 도가 지나치다.
두 책은 모두 소비를 줄이는 생활방식으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차를 탈 필요성이 적은 위치에 거주하거나 정말 필요한 것만 사는 것과 같은 작은 실천이다. 소비중독을 해결함으로써 경제속도가 떨어지거나 경제가 정체될지는 모르겠지만 스트레스가 줄고 여가가 늘고 건강 수준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