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할수록, 욱여넣을수록 결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
세상은 불평거리 투성이이고, 부러워할 꺼리들로 가득 차 있다. 내 인생을 살아가노라면 온갖 것에 불만이 생겨나기 마련이고 타인의 삶을 힐긋 곁눈질하고 있노라면 별 것이 다 부럽게 느껴지곤 한다.
사람들은 대지 위로 욕망을 쌓아올렸고 도시는 어느 쪽을 향해 서도 지평선을 찾을 수 없을만큼 삭막한 건물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손바닥보다도 작은(요즘은 다시 커지고 있지만) 것으로- 날마다 자신의 세상과 타인의 세상을 넘나든다. 그 결과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도 결코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나의 일분 일초까지 남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 또는 남의 일분 일초까지 궁금해하고 부러워하는 것은- 단 일초도 틈을 주지 않고 음식을 입에 쑤셔넣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혼자를 외치며 집 밖을 꺼리는 사람조차도 대부분의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낸다. 요즘의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따로 떨어져 있기를 원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언제 어느 곳이든 온라인이라는 타자화된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타자화된 세상의 나에게 현실의 자신이 잠식될 때 발생한다. 서로간의 대화는 음성이 아닌 화면의 텍스트로만 존재하고 통화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까운 친구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서도 쉽게 볼 수 있으니 굳이 연락해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잘먹고 잘사는 모습, 또는 반대로 힘들고 슬퍼하는 이야기를 그들의 방문을 열지 않아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연결 상태'의 적정선은 어디에 있을까? 사람들은 집의 현관은 이중삼중으로 잠궈놓는 걸 잊지 않으면서도 온라인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불특정다수에게 자신을 노출시킨다. 오히려 과장되고 과잉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쁜 경우도 많다.
sns 중독, 또는 온라인 상태의 중독은 현실 세계의 나를 천천히 침몰시킨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간은 따로 흐르지 않는다. 결국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현실 세계의 나는 멈춘 것이 아니라 뒤쳐진 시간 속에서 겉돌게 된다. 나보다 더 잘먹고 잘사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의 가치를 떨어뜨릴 이유가 될까?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바쁘게 보낸 하루 일과를 안다고 해서 내 하루가 더 보람있게 될까?
온라인은 가짜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두 발을 딛고 숨쉬는 공간은 실재의 공간임을 잊어서도, 우선순위가 뒤바뀌어서도 안 될 것이다. 과잉된 자아로 살아가려 할수록 우리가 진정으로 느껴야 할 기쁨이나 행복 혹은 슬픔이나 우울의 순간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에 몸을 맡기는 순간들을 놓치면 점점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법조차 잊어버리게 되고, 결국에는 가공된 감정- 열등감, 패배감, 자괴감 따위의 것으로 헛배가 부른채 속쓰림에 시달리게 되고야 만다. 너는 너, 나는 나 그렇게 나눠 보는 것이 쉽지 않을 때는 차라리 단호하게 로그아웃을 선택하는 편이 훨씬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