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전 귀금속 판매업에 종사를 합니다. ‘종로금방’이라면 다 아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습니다. 최근 후배가 며칠 간격으로 찾아와 본인 이야기를 하소연합니다. 후배는 홀로 일하는 직원이고, 마주 보는 매장은 엄마와 아들이 일하는 매장인데 최근 자꾸 앞집에서 시비를 걸어오고 급기야는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막말 시비가 오고 갔답니다. 후배가 꾸준하진 않아도 나름 정신세계를 동경하고 영성 서적도 꾸준히 읽는 심성 맑은 친구라 그 아이 하소연을 들어주다, 부정관에 잠식돼 본인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얘? 너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는 줄 알아?”
-아이, 언니! 내가 정말 무시하고 살고 싶어도 그 인생이 불쌍해서~~ 어쩌고 저쩌고 블라 블라…
“아니 아니 , 얘! 그게 아니라 네가 그녀를 보는 창! 그 사람을 네 마음 모양만큼 네가 보고 있는 거라고. 도망가지 마! 마음 크기가 커서 네가 상대를 봐주고 있다고 착각하는 거야. 너도 그 사람처럼 욕망하고 싸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까 포장하면서 외면하는 거야. 뒤로는 원망하고 욕하면서”
-아니 언니! 나 그런 여자와는 달라!
“ㅇㅇ아! 마음공부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정말 제대로 된 마음공부는 지혜롭게 타고 가야 해 “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요??
“무조건 잘못했다고 그래!”
-엥? 잘못은 그 여자가 다 했다고요. 나보다 그 여자가 훨씬 잘못했다고요!!!!
“ㅇㅇ 아! 알아. 근데 상대가 원하는 건 시시비비를 가르는 게 아니야. 네가 져주면 돼! 그냥 너 위에 군림하고 싶은 거야. 너를 한번 밟고 싶은 거야. 넌 살면서 피하면 피했지, 져본 적이 없잖아. 삶은 너한테 무릎을 낮추고 납작 엎드리는 것을 가르치려는 거야. 타인한테 복종하라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혜롭게 타고 가기 위해서 그저 머리 한번 쪼아리는 거 가르쳐주려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상대편을 사람 만들려고 너의 매일을 지옥 같은 전쟁터로 만들래? 아님 머리 한번 쪼아리고평화롭게 회사 생활 할래?”
후배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 거렸고,
잘못도 안 한 내가 사과를 왜 하냐며 흥분하며 손사래를 쳤다.
-음… 한참 고생하겠네!
며칠 후 다시 찾아온 후배.
다람쥐 쳇바퀴 같은 말, 흉, 원망등을 내보이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00! 언닌 너한테 분명 해결책을 말해줬고 내 말대로 되나 안 되나! 해보기나 해! 네가 이거 시도하잖아? 넌 그럼 마음공부가 진일보한다! 난 장담할 수 있어!”
- 음… 해보면 안 다는 거지? 좋아! 언니가 시키는 대로 해볼게!
후배는 제 말을 듣고 돌아갔습니다.
다시 이틀이 지난 뒤,
점심때 후배를 만났네요.
-언니언니! 너무 신기해요!
글쎄 제가 아침에 가서 “사장님 가만 생각해 보니 어린 제가 너무 열정이 넘쳐 사장님 보기에 언짢은 행동을 한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잘 지도 편달 바랍니다” 했더니 “ 아이고~ 이제야 말 귀가 통하네! 사과를 하니 앞으로 서로 조심합시다”이러면서 절대 선 넘는 행동을 안 해요. “
전 후배의 등을 툭툭 쳐줬습니다.
”ㅇㅇ! 넌 진짜 잘했다. 네가 큰 마음을 냈다! 사과를 한다는 것! 사실 알고 보면 아주 큰 마음과 기운을 쓰는 거다. 사실 너의 행동이 진심이 아닌 방편이었을 망정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을 허물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는 ‘미안합니다!’라는 말의 위력이 크다! 너도 쉽지 않았을 텐데… 미안하다는 말을 해보려고 용기 내줘 고맙다. 그 마음 내는 것이 공부다! 애썼다. 잘했다 잘했어!!! “
지금도 종로를 스쳐 지나가며 후배 매장을 봅니다. 눈을 흘기고 악다구니를 쓰며 서로 자기 매장으로 오라며 호객 행위를 하던 살벌한 매장에서 서로 눈을 바라보고 웃고, 묵례로 서로를 응원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뀐 게 결국 자존심 살리려는 지옥보다 서로의 평화를 위한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였다는 사실을 두 매장은 알고 있을까요?
살면서 ‘미안합니다’라며 먼저 머리를 숙이는 게 가장 쉽게 가는 방법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