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inee Oct 14. 2021

 엄마가 없을 때는 네가 엄마야

Part 1. 하나 ~ 열아홉: FM 첫째딸의 노잼 라이프 1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나는 동네에서 애늙은이로 통했다. 말하는 투도, 행동하는 투도 아이 같지 않은 아이. 어느 자리에 가도 자연스럽게 큰 언니, 큰 누나 역할을 했다. 원래 입고 태어난 옷처럼 나 역시 챙김을 받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편이 더 마음이 편했다. 


이런 나의 성격은 엄마의 양육 방식에서 3000퍼센트 기인한 것이다. 장담한다. 간호사인 엄마는 지금보다도 부부 공동 육아에 대한 인식이 각박한 사회에서 삼남매를 키우셨다. 사남매의 장녀, 삼남매의 엄마, 소아과 병동 간호사 역할을 척척 해내야 했던 엄마도 버거웠겠지. 그래서였을까. 엄마는 삼남매의 엄마 역할을 나에게 조금씩 나눠 주셨다.


- 엄마가 없을 때는 네가 엄마야.


막내 동생이 태어났던 9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말. 그 말은 배 한 번 불러본 적 없는 초등학생에게 없던 모성애를 불어넣는 마법 주문이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동생들의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대타 엄마'가 되기 위해 어려서부터 나는 무엇이든지 스스로 척척 해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렇게 어른스러운 척하는 아이로 자라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